“내 아이 맞을 때 뭐했어”…담임 선생님께 날아든 학부모 ‘고소’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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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8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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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초등학교들이 여름 방학을 맞은 15일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에서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일선 초등학교들이 여름 방학을 맞은 15일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에서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하루가 멀다고 학부모의 고소 협박에 골머리 아파요”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 A씨는 최근 학부모들로부터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자신의 아이와 가족여행 도중 워터파크에서 또래 학생과 싸웠는데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건은 학교 밖에서 일어났고 다퉜던 학생도 타 지역에서 재학 중이라 A씨는 사건 자체를 알지 못했다. 또래 아이들끼리 가볍게 다툰 싸움이 결국 그 자리서 해결되지 못하고 결국 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사건을 접수한 각 학교에서는 결국 학교폭력대책심의원회(심의위원회)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최근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교사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아이가 연루된 학폭 사건을 교사가 미온하게 대처한다고 의심한 탓이다.

현장에서는 학교 폭력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법적으로 교사가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호소한다. 심지어 고학년이면 어릴 적부터 경험한 부모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해 교사를 고소하기도 한다.

◇학교폭력 교육청 심의 1년에 최소 1만건…행정력 낭비 심각, 교사 ‘중재 법적 권한 없어’

8일 <뉴스1>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시·도별 학교폭력 교육청 심의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2019~2020년) 교육청 심의 학폭 건수는 서울 4988건 등 전국 3만1130건이다. 코로나 이후(2020-2022년 1학기) 2년 동안에는 2만여 사건이 접수됐다. 1년에 1만건 이상 접수되는 셈이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피해학생 또는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더라도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된 경우 전담기구 또는 소속교원을 통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해야 한다.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객관적인 네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피해학생 및 보호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학폭위 사건 중 절반 이상이 학교장 자체해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전담기구 심의 과정에서 부모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까 두려워 부모들은 대부분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는 교육청 심의로 대부분 사건을 넘길 수밖에 없고 이는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우성 수원교육청 학폭담당장학사는 “교육청 심의 100건을 진행하면 이 중 50건 정도는 경미하고 학교 자체가 해결 가능한 사안”이라며 “갈등 중재과정에서 학교 측의 법적 강제조치가 없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결국 법적공방까지 가는 경우가 숱하다”고 지적했다.

◇광범위한 학교폭력, 교사 “할 수 있는게 없어”…전문가 “지나친 권리 주장하지 말아야”

단숨 다툼이어도 학부모가 ‘학폭’이라고 한 이상 교사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학폭 사건을 미온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문제제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사건을 변호를 전담하는 전모씨는 “전담기구 심의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교사를 고소하겠다 괴롭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 교사의 통제를 벗어난 일이지만 교사는 학폭이라는 민감안 사안에 누구편도 들 수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것도 문제다.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일 중 자신의 학생이 연루된 일이면 모두가 학교폭력에 해당된다.

최 장학사는 “학원, 운동장, 놀이터 등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 전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며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교사가 직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없고 어른과 마찰이 있는 경우도 학폭에 해당돼 감당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생활교육 권한이 사라진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교사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아이들도 많다.

30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중인 A씨(60)는 “체벌이 사라진 이상 아이들이 학교폭력을 했다고 해서 제대로된 생활지도를 할 수도 없다”며 “오히려 ‘아동학대로 신고할 거다’ , ‘저 촉법소년이다’ 등 되레 협박을 받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학생 등이 자신만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음지에서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제는 학폭위라는 어느 정도 공적인 절차가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충분히 자체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를 전부다 학폭위에서 해결하려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덴마크 등 교육선진국 사례를 보면 학교폭력이 일어난 이후 36시간 이내에 부모들끼리 학폭사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같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권리 주장이 아닌 서로가 양보할 수 있도록 부모가 설득하고, 교사가 교육할 수 있는 선제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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