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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어, 작가 이름이 없네… 출판사 ‘블라인드 가제본’ 붐

입력 2022-08-08 03:00업데이트 2022-08-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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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신청 독자 등에 배포하는 궁금증 유발 ‘바이럴 마케팅’ 늘어
편견없이 작품 음미하는 장점… 신인-인지도 낮은 작가 홍보 효과
지난달 중순, 기자 앞으로 한 권의 책이 배송됐다. 흰색 표지의 가제본이었다. 표지엔 제목 ‘딜리터: 사라지게 해드립니다’와 출판사 ‘자이언트북스’만 써 있었다. 책날개를 펼쳐도 누가 저자인지, 어떤 작품인지 설명조차 없었다. 누가 쓴 책일까. 궁금증이 치밀었다.

추리를 시작했다. 먼저 자이언트북스가 작가 매니지먼트 업체 블러썸크리에이티브가 운영하는 출판사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김영하 김중혁 박상영 김금희 배명훈 편혜영 등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소속 작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짜임새 있는 구조, 흡인력 높은 문장을 보면 신인 작가는 아닌 듯했다. 황예인 자이언트북스 편집장에게 물었더니 “작가 이름은 절대 알려줄 수 없다”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가제본은 주요 출판사 문학 편집자, 문학 담당 기자, 사전 신청한 독자 200명에게 배포했다. 황 편집장은 “작가가 기존에 쓰던 작품과 결이 다른 소설을 쓴 점에 착안해 이름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가제본을 만들었다”고 했다.

출판사들이 잇달아 ‘블라인드 가제본’을 활용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책 출간 전 작가의 이름을 가린 블라인드 가제본을 펴낸 뒤 사전 신청한 독자들에게 배포하는 방식이다.

창비는 올해 1월 이현 작가의 장편소설 ‘호수의 일’, 올 5월 단요 작가의 장편소설 ‘다이브’를 블라인드 가제본으로 배포했다. 독자들이 작가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덕에 입소문이 절로 났다. 두 책 모두 출간 직후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판사는 ‘블라인드 가제본’을 통해 인지도가 낮거나 신인인 작가의 작품을 알릴 수 있다”며 “독자도 편견 없이 작품을 음미할 수 있다”고 했다.

출판사 쌤앤파커스는 지난달 20일 신인 작가 김남윤의 장편소설 ‘철수 삼촌’을 출간하기 전 작가의 이름을 알리지 않고 독자 서평단을 선정했다. 블라인드 가제본을 만들진 않더라도 미리 책을 읽으려는 이들에게 선입견을 주지 않도록 한 것. 김명래 쌤앤파커스 디지털콘텐츠팀장은 “특정 작가의 팬보다는 재밌는 콘텐츠면 어떤 것이든 맛보려는 2030세대 독자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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