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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탁구도 피는 못속여… 일반부 선수 꺾고 우승한 高1

입력 2022-08-06 03:00업데이트 2022-08-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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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 전국대회 일반부 결승… 런던올림픽 銀 오상은 아들 오준성
아버지팀 선수 상대로 3-2 승리… 대통령기, 올해 처음 출전연령 낮춰
최연소 일반부 챔피언 자리 올라
어머니 이진경도 실업선수 출신
대통령기 전국탁구대회 38년 역사상 일반부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쓴 오준성(16). 오준성은 2008 베이징(동메달), 2012 런던(은메달) 올림픽 단체전 메달리스트인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코치의 둘째 아들이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다 이겼는데 쟤가 갑자기 왜 그러지?’

역전패 위기에 몰린 ‘상대 선수’를 보고 코치가 이런 의문을 품는 일은 흔치 않다. 저런 의문이 들었다고 해서 그 사실을 공개하는 일은 더욱 드물다.

그러나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코치(45)는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제38회 대통령기 전국탁구대회 일반부 남자 단식 결승 도중 저런 의문이 들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소속팀 제자 강동수(28)와 맞대결을 벌인 ‘쟤’가 둘째 아들 오준성(16·서울 대광고 1학년)이었기 때문이다.

오 코치는 “준성이가 처음 두 세트를 가져갈 때는 상대가 내 아들이지만 제자가 지고 있으니 마음이 착잡했다”면서 “3, 4세트에서 동수가 준성이를 추격하니까 ‘내 아들이 왜 저러지?’ 싶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오 코치(왼쪽)가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일반부 남자 단식 결승에서 상대팀 벤치에 앉아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 대한탁구협회 제공
아들은 덤덤했다. 오준성은 “초등학생 때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남녀종합선수권 때도 아버지가 상대 벤치에 앉아 계셨던 적이 있다. 그때는 0-3으로 패해 이번에는 결과가 다르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결과는 아들이 바라던 대로였다. 오준성은 강동수를 3-2(11-9, 11-7, 9-11, 8-11, 11-8)로 꺾고 고교생으로는 처음 이 대회 일반부 정상에 섰다. 대한탁구협회에서 올해 대회부터 고교생 선수도 대통령기 일반부에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하면서 오준성은 이 대회 최연소 일반부 챔피언 타이틀까지 얻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튀지니에서 진행 중인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에 참가하느라 이번 대회에 빠진 것도 오준성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렇다고 만만한 상대만 이 대회에 나온 건 아니다. 오준성은 대회 준결승에서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이상수(32·삼성생명)를 3-0(11-7, 11-8, 11-3)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오준성 역시 올해 1월 서울 대광중 재학생으로 대표 선발 최종전까지 올랐지만 9위에 머물면서 7명을 뽑는 대표팀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준성에게 ‘탁구 잘 치는 유전자’를 물려준 이는 한국 탁구계의 ‘원조 셰이크핸드’로 통하는 오 코치 한 명이 아니다. 어머니 이진경 씨(48) 역시 한국화장품에 몸담았던 실업 탁구 선수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탁구채를 가지고 놀던 오준성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정식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오준성이 탁구 선수로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물론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가 ‘꼭 금메달’이라고 강조하는 건 아버지 때문이다. 오준성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따지 못한 그 금메달을 내가 꼭 대신 따오겠다”고 말하곤 했다. 오 코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에 이어 2012년 런던 대회 때도 단체전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금메달은 따지 못했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오 코치는 중요한 순간 멘털이 흔들리는 단점이 있었는데 오준성은 그런 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꾸준히 성장한다면 아버지 이상 가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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