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찾은 펠로시… 尹 “한미 강력한 대북억지 징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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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美하원의장 방한]
펠로시 “동맹 강화, 한반도 안보 핵심”
尹대통령, 펠로시와 40여분 전화통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 당부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에 공개했다. 낸시 펠로시 트위터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사진)과 40여 분간 통화를 갖고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한미 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과 관련해 이같이 언급한 것. 펠로시 의장은 통화 직후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JSA를 방문해 “한미 동맹 강화가 한반도 안보의 핵심”이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본으로 출국한 펠로시 의장은 1박 2일 방한 일정 중 중국,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을 위해 성원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 전통적인 군사 동맹을 기술,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 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가꿔 나가자”고 강조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통상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쓰는 표현으로 에둘러 중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안보 분야에선 이른바 ‘반도체법’ 관련 혜택이 한국에도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하원은 지난달 반도체 산업 육성 등을 위해 2800억 달러 규모를 투입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 뒤엔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실질적 북한 비핵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을 의식해 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휴가 일정 등을 고려해 미 측에) 방한 2주 전 이미 양해를 구했다”고 일축했다.

尹-펠로시 “동맹 발전 협력”… 美-中입장 고려해 면담 대신 통화


尹, 서초구 자택서 40분간 전화

美측 펠로시외 美대사 등 5명 배석… 스피커폰으로 확대회담 형식 진행
펠로시 “자유롭고 개방된 印太 유지”… 尹 “포괄적 동맹, 美의회와도 협력”
‘尹휴가’ 설명에 펠로시 “가족이 우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에 공개했다. 낸시 펠로시 트위터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대면 면담 대신 40분의 긴 통화를 선택했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에 거세게 반발하는 중국과 미 권력서열 3위의 정계 거물을 홀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깜짝 통화’ 성사에 대한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 尹-펠로시, 한미 동맹 전략적 중요성 공감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40분 동안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펠로시 의장과 전화 회담을 했다. 펠로시 의장 외에 방한에 동행한 미 하원 의원단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 5명이 배석해 스피커폰으로 진행한 확대회담 형식의 통화였다.

펠로시 의장은 먼저 “최근 워싱턴에서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을 양국이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을 거론하며 “한미 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중국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한미 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가꿔 가자”고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협력을 강조할 때 관용구처럼 쓰는 표현이다. 윤 대통령은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약속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앞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국 의회와도 긴밀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배석한 미 의원단에 “각 지역구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한인들을 각별히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 명씩 돌아가며 개별 의원의 관심사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 펠로시 “Family is first”, 면담 불발 양해
대통령실은 이날 면담 대신 전화 회담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중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정치권 안팎의 해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면담 불발에 대해 “약 2주 전 펠로시 의장에게 면담이 가능한지 전갈이 왔고, 그때 (대통령의) 지방 휴가 계획을 확정해 두고 있었다”면서 “꼭 그 기간에 서울에 와야 한다면 (면담이) 힘들지 않겠느냐, 양해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미국인들도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Family is first’(가족이 최우선)를 몇 번씩 강조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다가 결국 방한 이튿날인 이날 오전 조율을 통해 회담에 준하는 통화가 진행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전화로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오늘 아침 일찍 타진했고, 펠로시 의장은 흔쾌히 ‘기쁘다’고 하면서 통화 시간이 잡히고 꽤 긴 통화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면담이 불발된 뒤 전날까지 양측 간 적절한 소통 방식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펠로시 의장발(發)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을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꼭 반긴 것은 아니라 면담 대신 전화 통화를 진행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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