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벗겨지도록… ‘만 5세 입학’ 질문 피한 박순애 [기자의 눈/박성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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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브리핑 시작 약 40분 전 “부총리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기자단에 통보했다. 
세종=뉴스1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브리핑 시작 약 40분 전 “부총리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기자단에 통보했다. 세종=뉴스1
박성민·정책사회부
박성민·정책사회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 단 7분 동안만 머물렀다. 브리핑 주제는 2학기 학교 방역 및 학사 운영 방안. 그런데 이날 브리핑은 여느 브리핑과 달랐다. 준비한 원고를 다 읽은 박 부총리는 “질문이 있다”는 기자들을 외면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부처 장관이 주재하는 브리핑은 으레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다. 통상 준비한 자료를 읽는 시간보다 이 시간이 더 길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브리핑 예정 시간을 40분 앞두고 “오늘 부총리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 부총리가 비공개 일정이 있어 시간이 없다는 게 이유였는데, 무슨 일정이 언제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지금 전 국민이 박 부총리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지난달 29일 갑자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던진 것이 시발점이다. 어떤 배경에서 국정과제에 없던 정책이 튀어나온 것인지, 누가 이 정책을 밀어붙인 것인지, 정책 폐기를 거론한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룸을 나와 장관실로 들어간 박 부총리는 10여 분 뒤 방에서 나와서도 끝내 취재진을 외면했다.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던 중 신발이 벗겨지자 돌아서며 “죄송하다”고 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 “조금만 쉬고 오면 제가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청사를 떠났다. 브리핑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15분. 박 부총리가 소통 의지만 있었다면 질문 서너 개는 충분히 받았을 시간이다.

논란이 된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 수장은 더 적극적으로 언론 앞에 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박 부총리는 만 5세 입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나오자 1일엔 예정에 없던 도어스테핑(약식 브리핑)을 자청하더니, 그 이후로는 취재진의 질문을 계속 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건네면서 “언론과 야당의 공격에 고생 많았다. 소신껏 일하라”고 했다. 만약 그 소신의 결과가 ‘취학 연령 하향’ 정책이라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지금은 많은 국민이 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춰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선 “교육 전문가가 아닌 박 부총리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과속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 수장의 ‘초보 운전’에 학생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전문성과 도덕성 논란에 이어 ‘불통 수장’까지 되는 일 역시 피해야 한다.


박성민·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만 5세 입학#박순애#브리핑#취학 연령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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