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선 유급휴가 어려워… 확진돼도 그냥 출근” 자율방역 역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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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급 권고, 현장선 잘 안지켜
생활지원금 ‘중위소득 100%’ 축소
“숨은 감염자 확산… 재유행 우려”

“회사에서 무급휴가로 처리하라는데 별 수 있나요. 격리자 동선 파악도 안 한다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회사에 확진 사실을 숨기고 차라리 그냥 출근할 걸 그랬어요.”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 씨(34)는 지난달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격리 기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회사에선 사규상 무급인 ‘병가’로 처리했다. 코로나19 생활지원금(1인 가구 기준 10만 원)도 받을 수 없었다. 지난달 11일 이후 지원금 대상이 확진자 전체에서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로 변경된 탓이다.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생활지원금 지급 기준이 저소득층 위주로 바뀌고, 중소기업 상당수가 확진 시 무급휴가만 주면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회사에 나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확진 시 격리는 의무지만 더 이상 격리자 동선을 파악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줄어든 수입을 보전받지 못하자 출근을 강행하는 것이다.

올 들어 정부의 확진자 대상 생활지원금은 3차례에 걸쳐 축소됐다. 정부의 확진자 유급휴가비 지원 대상 역시 ‘모든 중소기업’에서 ‘종사자 30인 미만 기업’으로 축소되면서 확진자에게 무급휴가만 제공하는 회사도 늘었다.

일부 확진자는 원하는 날에 연차를 쓰고 싶다며 격리 대신 출근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주용 씨(31)도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마스크를 쓴 채 회사에 계속 출근했다. 김 씨는 “최근 확진된 직원을 보니 회사 눈치를 보면서 격리한 날만큼 본인 연차를 소진하더라”라며 “증상도 없는데 연차를 쓰느니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꼭 금전 지원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생필품이나 의약품 등을 지원해 확진자 스스로 격리를 해야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숨은 감염자들로 인한 재유행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코로나19#자율방역#숨은 감염자#무급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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