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유일한 토종 무궁화 ‘황근’, 복원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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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무궁화’로 알려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황근.
‘토종 무궁화’로 알려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황근.
국내 유일한 ‘토종 무궁화’로 알려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황근이 복원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이 확인됐다. 황근은 조만간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과 가톨릭대 김상태 교수 공동연구팀은 13개 황근 복원지의 유전적 다양성 지수를 조사한 결과 자연적으로 자란 집단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부터 제주 구좌읍, 조천읍, 성산읍, 전남 소안도 등 제주와 남해안에 위치한 13개 서식 집단의 유전자 다양성을 분석했다.

황근은 민관이 함께 복원사업을 추진해 개체수를 크게 늘린 대표적인 생물종이다. 2003년 민간단체 ‘제주자생식물동호회’이 처음으로 황근 복원사업을 시작해 당시 서귀포시 표선면에 ‘황근 길’을 조성했다. 이어 2013년 국립생물자원관이 표선면에 4200본을, 2017년에는 송악산과 올레길 인근에 4000본을 이식했다.

공동연구팀은 이들 복원지 가운데 13곳을 골라 유전적 다양성을 나타내는 다양성 지수를 살펴봤다. 그 결과 자연집단 4곳의 평균은 0.521, 복원집단 5곳 0.499, 자생과 복원종이 섞인 혼성집단은 0.446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인공적으로 증식해 이식한 복원지 식물들과 자연 상태에서 자란 식물들 간에 유전적 다양성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뜻이다. 집단의 유전자형이 다양하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나 질병이 닥쳐도 잘 대응할 수 있다. 실제 복원집단의 종자 결실률은 자연 개체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샛노란 꽃잎을 가진 멸종위기종 황근은 무궁화속 식물 가운데 유일한 자생종이다. 흔히 우리가 무궁화하면 떠올리는 연분홍색 꽃잎에 안이 붉은 무궁화는 외래종이다. 관상 및 식수용으로 들어온 뒤 꽃이 오래 피고 예쁘게 보이도록 여러 차례 인공 교배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우리가 무궁화하면 떠올리는 연분홍색 꽃잎에 안이 붉은 무궁화는 외래종이다.
우리가 무궁화하면 떠올리는 연분홍색 꽃잎에 안이 붉은 무궁화는 외래종이다.

토종 무궁화속 식물은 황근이 유일하다. 황근은 본래 따뜻한 기후 지역에 사는 식물이라 제주와 전남 섬 지역에 널리 분포했다. 하지만 해안 개발과 도로 건설 등으로 자생지가 파괴돼 그 개체수가 크게 줄었고 급기야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됐다.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황근을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할 예정이다. 강재신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장은 “5년에 한 번 멸종위기종 목록을 정할 때 특정 생물종의 개체수가 어떤 증감 패턴을 보이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데 황근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해제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미 지난달 5일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황근을 제외하는 안을 두고 공청회를 진행했다. 강 과장은 “황근 복원은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민관이 협업해 성공적으로 복원한 매우 모범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멸종위기에 처한 다양한 야생생물들을 보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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