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핵심’ 서훈 귀국… 檢 이르면 이달말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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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 7월 30일 입국 자택 머물러
김연철 前통일 등 조사 잇따를듯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및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이 최근 귀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경 서 전 원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6월 12일 미국 싱크탱크 초청으로 출국했던 서 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현재 자택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원장은 여권 등에서 ‘도피성 출국’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6월 말 “사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필요한 협조를 해나갈 것”이라며 귀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탈북 어민 2명에 대한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킨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으로 지난달 6일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됐다. 서 전 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던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어민 북송 사건으로 고발당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귀국한 데 이어 서 전 원장도 귀국하면서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일정에 따라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며 서 전 원장 등을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檢, ‘강제 북송’ 윗선 수사 가속도… 서훈, 변호인 선임 수사 대비


‘도피성 출국’ 의혹 서훈-김연철 귀국

徐, 탈북어민 조사 강제종료 등 혐의… 檢 “강제북송 행위, 법적 근거 없다”
檢, 국정원등 자료확보-참고인 조사… 정의용-김연철 개입 여부 수사 병행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는… ‘월북’ 발표에 靑지시 가능성 촉각


“여러 번 부르기 힘든 분들 아니냐.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통일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연루된 인물이 많아 기록도 방대하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귀국한 서훈 전 국정원장 등 핵심 인물 조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대면 조사를 서두르기보다 법리 검토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차근차근 준비한 뒤 핵심 인물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도피성 출국’ 의혹을 받던 서 전 원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키맨’들이 최근 잇달아 귀국하면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윗선’을 향한 수사에 조금씩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서훈, 변호인 선임 등 수사 대비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입국 후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우리 정부가 탈북 어민을 상대로 진행하던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으로 지난달 6일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됐다.

통상 국정원과 군·경찰의 합동조사는 탈북자들을 상대로 귀순 의사를 확인하고 위장 탈북 가능성 등을 조사하는 데 보름 이상 소요되는데, 당시 어민들은 5일 만에 북송됐다. 또 서 전 원장은 국정원이 합동조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강제 수사 필요’ ‘귀순’ 등의 표현을 빼고 ‘대공 혐의점 없음’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고서 수정을 지시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어민 북송 과정에서 서 전 원장 등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부하 직원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시켰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강제 북송 행위에 법적 근거가 없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내용으로 법리 검토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까지 객관적 자료 등 증거 확보와 참고인 조사에 주력해 왔다. 서 전 원장 등을 고발한 국정원에 대해선 지난달 13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통일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도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정원과 대북 감청부대원, 해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르며 핵심 인사 조사에 앞서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외교안보 사령탑이었던 정 전 실장이 강제 북송의 최종 결정권자였는지, 김 전 장관이 강제 북송이 법적 문제가 있다는 내부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는지 등을 밝혀내는 것도 검찰의 과제다.
○ 檢, ‘월북’ 발표에 청와대 지시 가능성 주목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서 전 원장이 ‘자진 월북’ 판단의 최종 책임자인지 등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 전 원장은 6월 27일 “당시 원칙에 어긋남 없이 최선을 다해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북한에 유화적이었던 청와대 지시로 해양경찰청 등이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의 자진 월북에 비중을 둔 발표를 강행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당시 국정원 비서실장을 통해 국정원이 생산한 첩보 보고서의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그는 “누구에게도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강제북송#윗선 수사#서훈#도피성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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