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 선구자’ 나운영 탄생 100주년… 구순의 노제자들이 헌정곡 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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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세종문화회관서 기념음악회
국악 바탕 작곡기법 등 업적 기려

살아있었다면 상수(上壽), 올해 100세가 됐을 스승을 위해 백발의 제자들이 오선지에 선율을 그려 넣었다. 한국 현대음악의 선구자인 작곡가 나운영(1922∼1993·사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에서 제자들이 쓴 헌정곡과 스승이 남긴 곡을 선보인다.

나운영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제자들이 후원한 ‘나운영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다. 한국과 미국, 독일에서 활동하는 연주자와 성악가로 구성된 ‘이니스 앙상블’이 나운영의 대표곡 10곡을 선보인다. 나운영이 처음 작곡한 현대음악인 ‘현악4중주 제1번 Romantic’(1942년)과 그가 생전 가장 사랑했던 곡이자 김소월의 시에 선율을 입힌 ‘접동새’(1952년) ‘초혼’(1964년)이 포함됐다.

노(老)제자들의 헌정곡도 연주한다. 국내 첫 유학파 여성 작곡가인 이영자 전 이화여대 작곡과 교수(91)가 ‘아름다운 헌정’을, 나운영기념사업회장인 나인용 연세대 명예교수(86)가 ‘달밤 주제에 의한 로망스’를 스승에게 바친다.

나 명예교수는 “선생님께서 ‘선(先) 토착화, 후(後) 현대화’를 말씀하시며 현대음악을 쓰되 먼저 국악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평생 국악 소재로 현대음악을 썼으니 이만하면 가르침을 잘 따른 제자”라며 웃었다. ‘달밤…’에 대해 “선생님의 가곡 ‘달밤’의 멜로디에 제가 쓴 선율을 결합해 피아노곡 형태로 새로 엮었다”고 했다. 이 전 교수는 “제 음악의 길에 언제나 기둥으로 서 계셨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헌정’에 담았다”고 했다.

나운영은 중앙중학교 재학 시절인 17세에 가곡 ‘가려나’가 동아일보 ‘신춘 현상 문예 작곡 부문’에 당선되며 작곡가의 길을 걸었다. 도쿄 제국고등음악학교에서 유학한 후 귀국해 우리 고유 음악에 현대음악을 접목시키는 작곡기법과 이론을 정립했다. 1954년 덕성여대에 한국 최초로 국악과를 창설했고 연세대 서울대 이화여대 목원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교향곡 13곡과 협주곡 6곡, 오페라와 실내악, 가곡, 찬송가 1105곡 등을 쓰고 10권의 음악이론서를 남겼다. 동아일보 사가(社歌)도 작곡했다.

나운영의 딸인 나효선 동덕여대 명예교수는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곡으로 음악회를 구성했다. 한국적 곡조를 살려 곡을 쓰겠다는 아버지의 혼이 담긴 음악을 중심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전석 초대.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한국 현대음악 선구자#나운영 탄생 100주년#제자들 헌정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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