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잇단 논란에 尹 불쾌감… 與내부 “전국위 열어 비대위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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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30% 무너진 날, 與 ‘비대위 전환’ 격랑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이날 같은 당 배현진 최고위원이 “마땅히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면서 이준석 당 대표 징계 이후 이어져 오던 권 직무대행 체제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이날 같은 당 배현진 최고위원이 “마땅히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면서 이준석 당 대표 징계 이후 이어져 오던 권 직무대행 체제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29일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 대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닥을 잡고 지도부 체제 전환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80일 만에 집권 여당 지도부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80여 일이 되도록 저희가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충족시켜 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면서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배 최고위원이 비대위 체제를 위한 수순 밟기로 직을 먼저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초선 의원 32명도 배 최고위원의 전격 사퇴 직후 성명서를 내고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일 당 지도부의 실수와 내분이 보도되고 있고, 집권 여당이 오히려 정부의 개혁 동력을 위축시키고 있는 모양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메시지 노출 등 권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잇따른 실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대통령실의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날 ‘고생했다’는 뜻으로 권 원내대표와 나눈 환담이 재신임을 한 듯 보도되자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각종 논란으로 자숙해야 할 때 권 원내대표 측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감이 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준석 대표 중징계 결정 이후 19일째 이어져 오던 권 직무대행 체제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8월 말 전후로 비대위 출범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26∼28일)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8%로, 취임 이후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다.

집권초 與, 초유의 비대위 가시화

“결국 임계점을 넘어선 것 아니겠느냐.”

여권 핵심 관계자는 29일 현 지도부 체제를 해체한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보수 정부 집권 이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여당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관계자는 “권력 투쟁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잇따른 실책으로 매서운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데 대한 쇄신 차원의 개편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 “최고위원 사퇴, 대통령실 기류 반영된 것”
배현진 “최고위원 사퇴”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80여 일이 되도록 저희가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충족시켜 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배현진 “최고위원 사퇴”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80여 일이 되도록 저희가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충족시켜 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전격 사퇴한 직후 당 안팎에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분화설이 재점화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른바 윤핵관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간 껄끄러웠던 관계가 권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 유출’ 사태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

하지만 이날 오후 초선 의원들의 집단 성명서 발표에 이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대위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배 최고위원의 사퇴 결정에는 대통령실의 기류가 작용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정조대왕함 진수식을 다녀오는 길에 전용기 안에서 권 원내대표와 나눈 환담이 언론에 흘러나온 뒤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메시지 유출 사태를 두고 ‘고생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일부 언론에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준 것처럼 보도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누구한테 힘 실어줄 때가 아니다. 여권 전체가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언론 플레이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뒤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에는 직무대행으로서 ‘권성동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여권 전체를 곤경에 빠뜨리는 중대한 실수를 세 차례나 했다”고 말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 사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관련 말실수까지 취임 이후 세 번의 ‘대형 사고’를 지칭하는 것이다.
○ 당헌·당규 따른 정당성 확보가 최대 과제
진짜 고비는 지금부터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지명은 당 대표 또는 권한대행만 가능하다.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헌·당규를 수정하지 않는 이상 지도부 일부 사퇴만으론 비대위 출범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헌 96조에 따르면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최고위에서 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하게 되면 비상 상황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 상황을 근거로 비대위 전환을 의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비대위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선 “꼼수로 비대위를 출범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지금 비대위 하자는 건 또 라스푸틴 들여서 노욕의 점성술로 하자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라스푸틴’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나머지 최고위원들의 거취가 정해질 이번 주말이 지도체제 개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당헌·당규에 기반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할 경우 비대위 체제 전환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권성동#배현진#최고위원 사퇴#여당#비대위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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