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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뒷날개]버리지 않고도 비우는 제로웨이스트의 달인

손민규 예스24 인문MD
입력 2022-07-30 03:00업데이트 2022-07-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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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이은재 지음/272쪽·1만5800원·클랩북스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향한 의지가 강하다. 지구가 더는 뜨거워지면 안 된다는 사실에 대부분이 공감한다.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환경 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환경 책의 제목엔 ‘재앙’ ‘위기’ ‘거주불능’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지금 인류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준다.

환경 책은 엄혹한 현실을 일깨운다. 한편으로 공포와 무력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게 말이다. 화석 연료를 퇴출시키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알겠는데 이를 실천해야 할 주체는 정부와 기업 아닌가. 개인이 거대한 구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책이 없을까 할 때 이 책을 만났다. 부제인 ‘도시 생활자의 힙하고 쿨한 지구 사랑법’이 나타내듯 보통 사람이 탄소 중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식이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저자는 환경운동가 비 존슨이 쓴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청림라이프·2014년)에 나오는 이른바 ‘5Rs’를 소개하고 자신의 실천법을 공개한다.

5Rs란 쓰레기 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썩히기(rot)다. 비닐,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사회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상하기 쉬운 과일과 채소를 한사코 비닐에 넣어 주려고 하는 상인과 실랑이하는 장면, 설거지 세제를 과일주스로 착각하고 마신 남편의 에피소드처럼 킥킥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대목이 곳곳에 등장한다. 일단 어렵지 않고 재밌다.

제로웨이스트와 함께 저자의 삶을 이끄는 나머지 한 축인 비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동물권과 현대 공장식 축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때문에 비건을 향한 관심이 늘고 있다. 비건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특히 비건은 맛없는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편견이 가로막는다. 하지만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소고기 대신 들깨와 감자가 들어간 미역국, 돼지고기가 빠진 카레, 지금처럼 더울 때 별미인 미역냉국은 고기가 품은 풍미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기가 택한 삶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사랑하고 실천하면 될 일이다.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가 중요하다. 저자의 바람처럼 나는 이 책을 읽고 텀블러와 에코백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고 샴푸와 린스 대신 비누를 사용한다. 별일 아닌데 뿌듯하다.

손민규 예스24 인문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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