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이병헌 “팬데믹 현실, 영화가 앞서… 감정이입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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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이병헌-전도연 스타 총출동… 항공 재난영화 ‘비상선언’ 3일 개봉
기내 세트장-핸드헬드 촬영기법, 140분 러닝타임내내 극도 긴장감
한재림 감독 절제된 연출도 주목

하와이행 비행기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는 생화학 테러가 발생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시작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관객에게 알려준다. 김이 빠질 것도 같지만 오히려 범인을 알게 된 뒤 극의 긴장감은 배가된다. 1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대부분에 고도로 몰입하고 긴장하게 된다. 관객은 꼼짝없이 갇힌 승객이 된 듯 공포감에 짓눌리는 경험도 하게 된다. 3일 개봉하는 영화 ‘비상선언’ 얘기다.

송강호(왼쪽), 이병헌
송강호(왼쪽), 이병헌
영화는 칸 영화제 주연상 수상자인 송강호, 전도연은 물론이고 이병헌 김남길 등 한국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하지만 배우들보다 더 주목하게 되는 건 이야기 자체와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이다.

친구들과의 여행길이 즐거운 중년 여성들 등 승객 면면을 보면 과거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 탄 경험이 소환된다. 기내 세트장은 미국에서 가져온 비행기 본체와 부품으로 만든 만큼 진짜 비행기 같다. 이 세트장은 관객들이 도망칠 곳이 없다는 절망감과 공포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드는 1등 공신. 기체 흔들림을 재현하기 위해 모든 장면은 시종일관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했다.

영화 ‘비상선언’에서 테러범이 바이러스를 퍼뜨린 뒤 아수라장이 된 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 미국에서 들여온 비행기 본체와 부품을 활용해 실제 기내 같은 세트장을 만들었다. 쇼박스 제공
영화 ‘비상선언’에서 테러범이 바이러스를 퍼뜨린 뒤 아수라장이 된 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 미국에서 들여온 비행기 본체와 부품을 활용해 실제 기내 같은 세트장을 만들었다. 쇼박스 제공
비행기 추락 장면에선 세트를 360도로 회전시키고, 세트에 몸을 묶은 스태프들이 이를 촬영해 실제로 추락하는 것처럼 담아냈다. 영화는 딸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탄 재혁(이병헌) 등 승객 및 승무원들이 이끄는 기내 상황과 국토교통부 장관(전도연), 문제의 비행기에 아내가 탑승한 형사 인호(송강호) 등이 이끄는 지상의 재난 대응 상황을 번갈아 보여준다. 장면이 수차례 전환되지만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 촬영 기법과 일관된 사운드 활용 덕에 이질감이 없다.

시나리오는 팬데믹 이전에 완성됐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뒤 시나리오를 쓴 것처럼 바이러스 확진자에 대한 혐오, 각국의 봉쇄 조치가 부른 외교문제 등 팬데믹 국면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주연 배우 이병헌은 28일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팬데믹 전이었는데 영화가 현실을 앞서가는 상황이 생겼다”며 “영화를 봤을 땐 팬데믹을 겪고 나서인지 심하게 감정이입이 됐다”고 말했다.

임시완의 광기 어린 테러리스트 연기와 딱딱한 언론 브리핑 말투까지 그대로 살려낸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 등 배우들의 탄탄한 기량은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영화 ‘변호인’에서 임시완과 함께했던 송강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임시완이 너무 잘해줬다. 영화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엔 임시완이 있다”고 극찬했다.

별다른 이유 없는 테러를 동기가 분명한 테러보다 더 설득력 있게 그려낸 시나리오, 기내라는 답답한 공간을 스펙터클하게 활용한 촬영 방법, 뻔한 재난 영화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절제를 거듭한 연출이 버무려져 전에 없던 깊이 있는 재난 영화가 탄생했다. 한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한 재난이 아니라 재난 자체의 속성을 더 들여다보면 영화에서 더 많은 함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항공 재난영화#비상선언#송강호#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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