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에게 ‘굿잡’보다 더 해로운 두 단어는 없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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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 ‘라라랜드’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 내달 세 번째 방한
13일 제천서 대표 OST 특별공연
“셔젤 감독과 인생 절반 이상 함께…‘장수’ 비결은 타협점을 잘 찾는 것”
“라라랜드 작곡-녹음만 2년반 걸려… 음악 만들땐 모든 걸 쏟아부어야”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고 있는 저스틴 허위츠. 13년간 데이미언 셔젤과만 작업한 허위츠는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감독으로 쿠엔틴 타란티노를 꼽았다. 그는 “당분간은 셔젤 외 다른 감독과 일할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타란티노와 일해보고 싶다. 그분이 앞으로 한 작품만 더 만든다고 하셔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MAKE GOOD content 제공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고 있는 저스틴 허위츠. 13년간 데이미언 셔젤과만 작업한 허위츠는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감독으로 쿠엔틴 타란티노를 꼽았다. 그는 “당분간은 셔젤 외 다른 감독과 일할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타란티노와 일해보고 싶다. 그분이 앞으로 한 작품만 더 만든다고 하셔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MAKE GOOD content 제공
영화 ‘위플래쉬’(2014년)는 두 광인에 대한 이야기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손이 찢어질 때까지 연습하는 뉴욕 명문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루와 그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폭군 플레처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음악에 투신한 앤드루와 플레처는 위플래쉬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37)과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37)와도 닮았다. 하버드대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둘은 광기에 가까운 완벽주의로 함께 영화를 만들어왔다.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2009년)를 시작으로 위플래쉬와 ‘라라랜드’(2016년), ‘퍼스트맨’(2018년), 올해 말 개봉하는 ‘바빌론’까지 다섯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허위츠는 라라랜드로 골든글로브 음악상과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다음 달 11∼16일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허위츠는 특별 공연을 한다. 13일 제천비행장에 마련된 무대에 지휘자이자 피아노 연주자로 오르는 그는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빅밴드와 함께 그의 대표곡들을 연주한다. 올해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방한을 앞둔 그를 28일 화상으로 만났다.

“미국에서 크게 흥행하진 못한 위플래쉬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했단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을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번 한국 공연이 세 번째인데, 어느 나라에서도 세 번이나 공연한 적은 없어요.”

셔젤도 대학 시절 허위츠와 ‘Chester French’라는 인디밴드 활동을 했을 정도로 음악 애호가다. 그렇기에 허위츠의 음악을 영화의 이야기만큼이나 중요시한다.

“셔젤은 일은 물론이고 인간관계로도 가장 긴 인연을 맺어온, 제일 가까운 협력자예요. 18세에 학교에서 만나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했어요. 오랜 기간 같이 작업할 수 있는 비결은 타협점을 잘 찾는다는 거예요.”

이견이 있어도 둘 다 만족할 만한 세 번째 옵션을 찾는다고 했다.

“셔젤은 영화음악이 장면 뒤에 깔리는 벽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면에 맞추려고 음악을 찢었다 붙여서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셔젤은 음악에 맞춰 장면의 길이를 조절할 정도예요. 제 작업실 바로 옆이 그의 편집실이라 수시로 오가며 음악과 장면이 잘 맞는지 확인해요.”

허위츠는 가장 존경하는 영화음악가로 존 윌리엄스를 꼽았다.

“좋은 영화음악은 세월이 흘러 음악을 들었을 때 영화의 장면을 곧바로 떠올리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ET’와 ‘스타워즈’ 시리즈, ‘쥬라기공원’, ‘인디아나 존스’ 등 윌리엄스가 작곡한 수많은 멜로디가 갖는 힘이죠. 그는 우리 시대의 베토벤이에요.”

신작 바빌론은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가 주연으로, 1920년대 할리우드가 배경이다.

“지금까지 작업한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곡을 썼어요. 1920년대가 배경이라 재즈를 예상하겠지만 하우스를 비롯한 컨템퍼러리 댄스 음악을 넣은 게 반전이 될 겁니다.”

라라랜드를 작업할 때 허위츠는 1900여 곡의 데모를 녹음했고, 작곡과 녹음에만 2년 반이 걸렸다. 완벽주의가 때론 그를 괴롭히지 않을까. 위플래쉬의 기저에 깔린 철학에 공감한다는 그는 “‘잘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건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선 아주 해롭다”고 했다.

“얼마 전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했어요. 왜 이렇게 일에만 매달리느냐고 하기에 ‘영어에 ‘굿잡(Good job)’보다 더 해로운 두 단어는 없다’는 위플래쉬 대사를 말해줬어요. 음악은 한번 만들면 영원히 박제돼요. 1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죠. 지금은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합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음악감독#저스틴 허위츠#라라랜드#세 번째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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