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혁신의 시작은 '협업 툴', 카이스트가 두레이를 선택한 이유는?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7월 28일 13시 03분


코멘트
“학생들과 교수진은 슬랙이나 노션, 구글독스 등 다양한 협업 툴을 활용하는 데 제약이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 소속인 교직원들은 다르다. 교직원들의 공식적인 소통 수단은 이메일 정도고, 2020년 이전에는 선택할 수 있는 협업 툴도 없었다. 그래서 업무 인수인계는 물론 다양한 업무진행과 IT서비스를 활용한 내부소통의 필요성이 커져만 갔다. 그 와중에 유일한 선택지로 떠오른 게 바로 NHN 두레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정보전산팀 김범준 선생님. 출처=IT동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정보전산팀 김범준 선생님. 출처=IT동아

대전 KAIST(총장 이광형)에서 만난 정보전산팀 김범준 선생님에게 어떻게 협업 툴을 활용하게 됐는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조직 내 활용 의사만 있으면 간단한 절차를 거쳐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수 있는 사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소프트웨어와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대한 규정이 법제화돼있다. 도입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보안 관리 가이드라인 준수는 물론, 품질성능 평가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이때문에 공공 시장은 협업 툴을 포함한 모든 민간 소프트웨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하지만 2017년 NHN이 공공기관에 IaaS(서비스형 인프라)를 공급하기 위한 CSAP(클라우드 보안 인증) 인증을 취득한 이후, 2020년 1월에 NHN Dooray!(이하 두레이)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부문의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획득하게 되면서 공공기관에서도 협업 툴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시기에 맞춰 KAIST에 협업 툴 도입을 주도한 KAIST 정보전산팀 김범준 선생님과 얘기를 나눠봤다.

KAIST도 클라우드 도입 중··· 두레이도 디지털화 일환

KAIST는 올해로 설립 51주년을 맞은 국내 최고의 고등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이며, ‘2021 THE 세계 신흥 대학 순위’ 기준 세계 4위, QS 세계대학랭킹 41위를 기록하고 있다. KAIST 내부 조직은 교학부, 연구부, 대외부로 나뉘는데, 이중 대외부는 기획이나 예산, 국제 협력 등을 담당하며, 특허 및 지식가치, 창업, 연구 등을 연구부가 맡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학기관은 각 학과 조직과 교무처, 입학처, 행정처 등이 포함된 교학부가 맡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김범준 선생님은 교학부 정보전산팀의 구성원으로, 메일, 협업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운영과 차세대 시스템 도입에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8월이면 KAIST 와 함께한 지 20년 차가 된다.

김범준 선생님이 KAIST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IT동아
김범준 선생님이 KAIST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우선 KAIST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 대한 설명부터 부탁했다. 그는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2025년까지 모든 행정 및 공공기관 정보 시스템이 클라우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KAIST도 클라우드 기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정보화 전략계획(ISP)를 수립해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업무 및 시스템 전반을 클라우드로 이전할 예정이고, 현재 메일을 비롯한 협업 시스템은 NHN두레이를 활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두레이를 도입한 시점과 이유에 대해서는 “KAIST가 두레이 도입을 검토한 시점은 2018년이고, 코로나 19를 계기로 도입과 활용에 탄력이 붙었다. 두레이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를 기준으로 유일하게 CSAP(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레이가 제공하는 다양한 협업 서비스 자체도 KAIST와 잘 맞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2020년에 KLMS(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 할 때 두레이를 보조 수단으로 도입했고, 2021년 4월부터 메일 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소통 과정에 두레이를 적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 선생님에 따르면 현재 재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해 2만여 명의 계정이 있고, 졸업생과 퇴직자까지 모두 포함하면 3만 여 개의 계정이 생성돼있다.

협업 툴, 의사 소통을 디지털화하는 도구

KAIST는 2021년 메일 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서비스를 두레이로 이전 완료했다. 출처=IT동아
KAIST는 2021년 메일 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서비스를 두레이로 이전 완료했다. 출처=IT동아

KAIST에서는 두레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일단 교직원들 입장에서는 메일과 유선에 국한되었던 소통채널에 다양한 수단이 시스템화됐다는 점이 제일 크고, 두레이 자체 서비스를 활용해 업무를 고도화하는 게 장점이다. 김 선생님은 프로젝트와 위키 기능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업무를 프로젝트 기능을 활용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외부 인력과 협업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외부 인사를 바로 초대해서 내부인과 협업을 할 수 있고, 또 태그 분류나 메일을 그대로 연동해서 상황을 전파할 수 있다. 여기에 메신저 이력을 검색하거나 위키를 통해 업무 흐름 등을 정리함으로써 업무를 완성한다”라고 말했다.

위키 기능은 수집된 정보나 지식을 트리 구조로 정리하기에 적합한 서비스다. 김 선생님은 “앞서 프로젝트가 다양한 업무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처리하는 과정에 적합하다면, 위키 기능은 작업이 완료된 내용을 결과물로 정리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위키로 진행 중인 업무 혹은 종료된 업무를 정리하면 추후에 자료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 등을 작성해서 전파할 수도 있다. 이메일과 다르게 자료를 쉽게 찾고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위키 기능은 단순히 내부에서 인수인계나 정보 공유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구성원을 대상으로도 서비스할 수 있다.

KAIST에서 활용하고 있는 행정카이피디아에 대한 소개 자료. 출처=KAIST
KAIST에서 활용하고 있는 행정카이피디아에 대한 소개 자료. 출처=KAIST

학과 행정 부분에서는 위키를 활용해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업데이트하거나 행정 지식을 공유, 검색, 전수하는 학과 행정 매뉴얼, ‘행정카이피디아’를 구성하고 있다. 주 내용으로는 학사 행정을 진행하면서 확인할 정보나 절차, 방법 등을 담은 설명을 담고 있으며, 교원인사행정과 입시행정, 학사 행정, 연구 및 사업 행정, 홍보 및 협력 행정, 시설안전행정 등 포괄적인 행정 절차를 백과사전처럼 담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댓글로 질의응답을 나누는 식으로 내용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핵심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학사 행정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전수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내부적으로 차근차근 사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메일 서비스를 예로 들어 대답했다. 김 선생님은 “두레이 도입 시 가장 마지막에 메일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는 메일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기 어려운 민감한 영역이라서다. 자칫 잘못하면 메일이 유실되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두레이 메일 시스템이 견고하게 동작해주어 큰 문제없이 서비스를 오픈하고, 또 2차 인증 등으로 보안을 강화할 수 있어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레이 넘어 행정혁신 꿈꾸는 KAIST

인터뷰 말미에 그는 기관용 협업서비스와 개인 사용자와의 접점, 그리고 빅데이터 대응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IT동아
인터뷰 말미에 그는 기관용 협업서비스와 개인 사용자와의 접점, 그리고 빅데이터 대응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IT동아

인터뷰가 끝날 무렵, 김범준 선생님은 현직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국내 공공 소프트웨어가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두레이 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 클라우드 협업서비스가 기관 내에서의 사용에만 시각을 맞추다 보니 그 사용자는 결국 개인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재학 중일 때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지만, 졸업을 하게 되면 그동안 사용했던 자신의 데이터를 아예 쓸 수 없게 되어 개인의 데이터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공공 기관용이라 별도로 개인 서비스를 결제하며 사용하는 등의 방법도 없다. 그렇다 보니 기관에서 제공하는 협업서비스를 잘 안쓰게 되는데 기관과 개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해야만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