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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나만의 이야기 담은 유일한 노래, 인디 음악가와 만들어 보세요”

입력 2022-07-28 03:00업데이트 2022-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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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예비 사회적 기업 ‘무궁무진 스튜디오’
어린이들,인디 음악가와 앨범 발매… 자신의 이야기로 가사 만들고 작곡
인디 뮤지션-음악 필요한 시민 연결… 웨딩송-소상공인 로고송 등도 작업
예술인 생계 돕고 시민엔 추억 선물
‘무궁무진 스튜디오’(무무스트)는 어린이, 신혼부부, 소상공인 등이 자신들만의 노래를 만드는 걸 도와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21일 서울 은평구 무무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정연재 대표(왼쪽)와 안상미 이사.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잠은 1(일)도 안 오는데 왜 자꾸 자라 그래/오랜만에 휴일인데 왜 일찍 일어나라 그래/이 다음에 크면, 나중에 때 되면/내 맘대로 하래, 지금의 나는요?”

어른들을 향한 사뭇 도발적인 이 노래 가사는 어린이들이 직접 쓴 것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인 무궁무진 스튜디오(무무스트)의 ‘사춘기 뮤직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무무스트는 어린이, 신혼부부, 소상공인 등 ‘나만의 노래’가 필요한 사람들과 노래를 만드는 인디 음악가들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21일 서울 은평구 사무실에서 무무스트 정연재 대표, 안상미 이사를 만났다.
○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정 대표와 안 이사는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대학생이던 2011년 모교인 가톨릭대가 있는 경기 부천시 역곡동에서 지역 문화예술 축제인 ‘소소한 딴짓’을 함께 기획했다. ‘역곡에서도 청년들과 마을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놀거리를 만들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축제였다. 이후 2018년 무무스트를 설립했다.

무무스트의 사춘기 뮤직 스튜디오는 9∼13세 어린이가 인디 음악가와 함께 작사, 작곡, 앨범 디자인 등 음악 발매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한 번에 2시간씩 총 8차례 진행되며, 주로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수업이 개설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우선 동요로 박자 감각을 익히는 것부터 배운다. 기본적인 작곡 원리를 배운 뒤엔 팀을 나눠 휴대전화에 있는 피아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멜로디를 만든다. 선율이 완성되면 친구들과 이야기해 자신들의 이야기로 만든 가사를 붙인다.

아이들은 노래를 만든 뒤 스튜디오에서 직접 노래를 녹음한다. 음원도 제작한다. 그 이후엔 각각 소품, 분장, 촬영 등으로 역할을 나눠 뮤직비디오도 만든다. 이 뮤직비디오들은 무무스트 유튜브에 업로드된다. 나중엔 부모님을 모시고 쇼케이스 결과 발표회까지 연다. 대중음악의 소비자로만 존재했던 어린이들이 창작을 통해 ‘콘텐츠 생산자’로 성장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음악을 만들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청각장애로 수화로 대화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둔 한 학생은 “세상에 요정이 있다면/할아버지 할머니가 해 주시는/옛날이야기 마음껏 듣고 싶다”는 가사를 쓰기도 했다. 정 대표는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상상도 많고, 삶에서 느끼는 고민이 많은데 그동안 그런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감정을 풀어내는 경험을 노래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무스트는 사춘기 청소년 외에 신혼부부와 소상공인도 ‘자신만의 노래 만들기’ 대상으로 넓혔다. 2018년 진행한 ‘무궁무진 웨딩송라이터’ 프로그램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신혼부부의 이야기로 노래를 만든 뒤 앨범까지 냈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인디 음악가와 연결해 이들을 위한 광고 음악을 제작하는 ‘우리회사 로고송라이터’를 진행했다.
○ 인디 음악가들도 도움 받아
무무스트를 통해 인디 음악가들도 재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사춘기 뮤직 프로젝트, 무궁무진 웨딩송라이터, 우리회사 로고송라이터 등 무무스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 음악가는 총 20여 팀에 달한다.

이들은 프로젝트 종류와 참여하는 시간에 따라 지난해 1인당 연간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15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년 대중음악 분야 예술인의 연평균 수입이 373만5000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볼 수 있다. 안 이사는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강점인 창작 능력을 활용해 생계를 유지하고 음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무무스트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무스트는 다음 달부터는 사회 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우리도 한때는 아이였다’ 캠페인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이 행복얼라이언스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댓글을 달면, 그걸 토대로 노래를 제작한다. 완성된 노래는 뮤직비디오로도 만들 계획이다.

무무스트는 올 하반기(7∼12월) 회사명과 동일한 이름의 웹사이트를 열 계획이다. 시민들이 노래로 만들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등록하면 인디 음악가들이 이를 보고 사연을 올린 시민과 협업해 노래를 만드는 걸 연결하는 사이트다. 정 대표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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