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대통령 ‘내 편 네 편’ 넘어선 설득·조정자 역할이 아쉽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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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07.2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07.2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가의 최종 갈등 조정자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에 아쉬움이 남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제 출근길 회견에서 전국경찰서장 회의를 놓고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쿠데타와 하나회를 거론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일선 경찰들을 자극해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발언이다. 30일로 예정됐던 ‘14만 전체 경찰회의’는 취소됐다고는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한 윤 대통령의 문자도 파문을 낳고 있다. 이 대표는 SNS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을 거론했고, 당내 일각에서 “대통령이 당 대표를 싫어했다는 소문이 원치 않은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 유감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여당에 대해서조차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듯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나면서 당 분열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됐다.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를 놓고 윤 대통령이 검찰 등 특정 직역이나 계층의 리더로 자신의 역할을 좁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우려가 크다.

대통령은 헌법상 행정부 수반이면서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다. 각 부처를 지휘 감독하는 책임과 함께 내 편, 네 편을 뛰어넘어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을 이끌어낼 책무가 있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협치의 파트너인 야당 지도부와 만나는 일정은 감감무소식이다. 야당 지도부와도 대화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통합이 가능할 리 없다. “국회 문턱이 닳도록 야당을 만나라”고 장관들에게 한 지시인들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 외에도 노동, 연금, 교육 등 분야에 걸쳐 다양한 개혁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같이 이해 충돌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들이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드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극한 대결만 부추기게 될 것이다. 이런 개혁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특정 정파나 직역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이자 갈등 조정자로서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친윤’이든 ‘비윤’이든, 행안부든 경찰이든 편을 구분하지 말고 격의 없이 대화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설득#조정자 역할#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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