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직원 횡령액 697억… 1년 무단결근해도 은행은 깜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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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장 직인-OTP 도용
檢기소때보다 횡령액 83억 늘어”
은행 내부통제 기능 사실상 상실

최근 대규모 횡령이 적발된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금액이 7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직원은 은행장 직인까지 자유자재로 도용해 돈을 빼돌리고 1년 넘게 무단결근을 하는 등 일탈을 일삼았지만 은행과 감독당국은 8년 동안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이 기소할 때 횡령액(614억 원)에 비해 83억 원 이상 늘었다. 횡령액의 3분의 2는 동생 증권계좌로 보내 주식이나 선물·옵션 거래에 쓰였고, 나머지 자금은 친인척들의 사업자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직원은 2012년 6월 팀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훔친 뒤 자체 결제하는 방식으로 우리은행이 보유한 A사의 출자 전환 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 원)를 인출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3차례에 걸쳐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 원을 빼돌렸다. 다른 목적으로 결재 서류를 만들어 부서장과 은행장 직인까지 받은 뒤 이를 계약금 출금 서류에 도용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 원도 이 같은 방식으로 4회에 걸쳐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이 직원은 부서장에게 외부기관에 파견을 간다고 허위로 구두 보고한 뒤 2019년 10월부터 1년 2개월 동안 무단결근하며 개인 사업을 준비했지만 은행은 이를 알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또 이 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 데다 장기 근무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휴가를 보낸 뒤 업무를 점검하는 ‘명령 휴가’ 대상에도 한 번도 넣지 않았다.

금감원은 향후 이 같은 거액의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사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우리은행#횡령액 697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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