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3000억원 주는 쿼터백에 “공부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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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한국계 머리에 단서조항
다치지 않게 팀 전술 완전 이해 당부

“일주일에 4시간 이상 ‘동영상 강의’를 시청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연봉 일부를 깎는다.”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25·사진)가 22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애리조나와 5년간 2억3050만 달러(약 3024억 원)에 연장 계약을 맺으면서 서명한 계약서 내용 일부다. ESPN 등 미국 언론은 26일 이를 공개하면서 “이런 내용이 프로 선수 계약서에 들어간 건 전례가 없는 일일 것”이라고 전했다.

머리는 2019년 NF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다. 데뷔 시즌 ‘올해의 신인 공격수상’을 받았고, 데뷔 3년차였던 지난 시즌에는 팀을 6년 만의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었다. 이렇게 전도유망한 쿼터백에게 구단이 ‘나머지 공부’를 주문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식 프로필상 키 178cm, 몸무게 94kg인 머리가 NFL 선수로는 작은 체격에 속하기 때문이다. NFL 수비 라인에는 키 190cm가 넘고 몸무게가 120kg 넘게 나가는 선수가 즐비하다. 게다가 머리는 공격 라인이 만든 ‘포켓(pocket)’ 안에서 안전하게 패스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직접 공을 들고 뛰는 걸 좋아하는 ‘듀얼 스렛(dual threat)’ 스타일이다. 그만큼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에 팀 전술을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뛰어달라고 구단에서 당부한 것이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머리는 연장 계약 직후 인스타그램에 스스로를 “NFL 역사상 최초의 아프리카계 겸 아시아계 쿼터백”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자랑한다. ‘아시아’라는 표현 옆에는 태극기 이모티콘도 넣었다. 야구도 잘한다. 머리는 2019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의 지명을 받기도 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애리조나#카일러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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