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무기 소지 가능 경찰이 명령 불복… 12·12도 이렇게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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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신설’ 갈등]서로 “쿠데타” 비난… 정부-일선경찰 극한대립
이상민 행안 “서장 회의, 하나회 12·12쿠데타에 준하는 상황”
일선경찰 “우리가 모이면 반란이냐… 경찰국이 쿠데타적 발상”
행안부, 경찰국 시행령 오늘 국무회의 통과후 8월 2일부터 시행방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윗쪽 사진)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근조화환을 보내며 반발의 수위를 높였다. 뉴스1·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윗쪽 사진)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근조화환을 보내며 반발의 수위를 높였다. 뉴스1·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빗대며 작심 비판했다. 또 “적법한 직무명령에 불복종한 사안”이라며 “(경찰청이) 위법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고 후속 처리를 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 사이에선 오히려 경찰국 신설이 ‘쿠데타적 발상’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며 이번 사태가 정부 및 경찰 지도부와 일선 경찰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이런 역할과 책임을 맡은 분들이 임의적·자의적으로 한곳에 모여 회의를 진행할 경우 대단히 위험하다”며 “하나회가 12·12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이렇게 시작됐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나회’와 ‘12·12’라는 표현을 2차례 반복했다. 총경급 간부들이 23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회의 중단 및 해산 명령을 어기고 회의를 강행한 것이 1979년 군 사조직 ‘하나회’가 권력 장악을 위해 일으킨 12·12쿠데타와 다르지 않다고 본 것. 행안부는 경찰의 반발에도 26일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 관련 시행령 등을 통과시킨 후 다음 달 2일 시행할 방침이다.

윤 후보자도 이날 오전 서면 간담회에서 “경찰청장 직무대리의 해산 지시를 불이행한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징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퇴근길에는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의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철회하긴 어렵다”고 했다.

경찰 내부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류 총경은 언론 인터뷰에서 “쿠데타적 발상을 막는 반(反)쿠데타 행위였다. 회의에 어떤 물리력을 동원하거나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며 ‘쿠데타’ 발언을 맞받았다. 이어 “동료 후배들과 법적 제도적 투쟁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검찰이 모이면 우국충정이고 경찰이 모이면 반란모의냐” “쿠데타처럼 보여서 하나회처럼 대응했느냐”는 등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일선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한 입장을 묻자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지금은 경찰청과 행안부가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쿠데타’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총과 탄약을 들고 정보를 독점한 13만 명의 거대한 공권력이 견제를 거부한다면, 쿠데타일 뿐”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찰의 중립성을 지키고자 하는 서장들을 12·12쿠데타에 비교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경찰국 신설’ 갈등]행안부-경찰청, 총경모임에 포화
尹 “필요조치 할 것” 2시간만에 李 “모임 주도 특정그룹 있다”
‘경찰대 출신 조직적 반발’ 의혹 제기… 회의 참석자 형사처벌까지 언급
윤희근 “대기발령 철회 어려워”… 사적모임-개별 언론 인터뷰 금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개최한 총경들을 신군부세력인 ‘하나회’가 1979년 일으킨 ‘12·12쿠데타’에 비유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총경들로부터 지구대장·파출소장까지 번지는 경란(警亂)을 조기에 진압해 국정동력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청장 후보자)도 쿠데타 발언에 대해 “지역 사회 치안 책임자로서 막중한 역할을 하는 총경들이 모여 회의하는 걸 엄중하게 보는 표현”이라며 동조했다. 또 직급별 모임 추진에 대해 “사회적 혼란과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유사한 모임을 금한다. 위반할 경우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는 등 이 장관과 함께 ‘쌍끌이 공세’에 나섰다.
이상민 “하나회의 12·12쿠데타도 이런 시작”


이날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힌 지 2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먼저 이 장관은 23일 열린 서장 회의에 대해 “경찰 지도부가 회의 시작 전과 도중에 명확히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직무 명령에 불복종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 장관은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이런 역할과 책임을 맡은 분들이 임의적·자의적으로 한곳에 모여 회의를 진행할 경우 대단히 위험하다”며 경찰서장 회의가 일반 공무원의 집단행동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는 걸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회가 바로 그렇게 출발한 것”이라며 경찰대 출신이 조직적으로 반발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장관은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고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며 “(복종 의무 위반의 경우) 경찰공무원법은 징역 2년 이하로 처벌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 야당과 경찰 일각에서 “전국평검사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괜찮고 총경 회의만 불법이냐”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선 “평검사 회의는 금지나 해산 명령이 없었지만 서장 회의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의 강경 발언은 경찰 반발을 조기 진압하고 정책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4일로 단축했고,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2일 시행할 계획이다.

경찰 수뇌부까지 ‘쌍끌이’ 공세

경찰 수뇌부도 25일 이 장관과 함께 움직였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각 시도경찰청에 보낸 ‘복무규정 준수사항’ 공문을 통해 30일 예고된 ‘전국 현장팀장 회의’ 등이 복무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내는 개별 언론 인터뷰도 사실상 금지했다.

윤희근 직무대행은 이날 서면 간담회에서 “(징계를 받은 류삼영 총경은) 지시를 거부하고 참석자들에게 즉시 이를(중단 및 해산 명령을) 전달하지 않은 채 모임을 강행했다”며 “한 지역의 치안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경찰서장으로서 직무에 전념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퇴근길 기자들과 만나서도 “대기발령은 독자적 판단이었으며, 정당한 직무명령을 거부하고 참가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정도가 중해 대기발령 철회는 어렵다”며 “(일선 경찰들이) 오늘을 기점으로 더는 국민들께 우려를 끼칠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도 “당초 회의를 일부 인원이 모여 의견 수렴하는 정도로 파악했고, 논의 결과를 전하면 함께 검토할 의사도 있었다”며 “총경급 경찰관이 정복을 입고 언론에 나서 정부 정책에 반대한 점, 단체행동으로 고발당할 시 수사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문제로 보고 선제적 인사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내에선 행안부와 경찰청의 속전속결 행보와 과격한 표현이 경찰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경찰국 신설의 진의를 몇 차례 전달했는데도 인사권을 가져간다는 등 오해가 커지다 보니 이 장관이 격해진 것 같다”며 “경찰의 반발이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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