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美-유럽 여행객 ‘두창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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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포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방역당국은 여름휴가철을 맞아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8월 초 신형 백신 5000명분을 들여오기로 했다.
○ 역대 7번째 비상사태 선언
23일(현지 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해 WHO의 최고 경계 수준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내린다고 밝혔다. 신종 인플루엔자(H1N1)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이어 역대 7번째 비상사태 선언이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사람두창)와 비슷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본래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다. 올 5월 7일 영국에서 비(非)아프리카 지역 가운데 처음 확진자가 생겼다. 국제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환자는 이달 21일 기준 비아프리카 지역 65개국에서 누적 1만5510명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까지 42개국에서 3205명이 확진됐는데 한 달 만에 환자가 5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어린이 환자도 2명 발견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두 건은 관련성이 없다”며 “가정 내 전염이 의심되지만 구체적 감염 경로는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 입국 규제 완화로 국내 유입 우려
원숭이두창의 주된 감염 경로는 성적 접촉 등 밀접 접촉이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존 손힐 감염의학과 교수 등이 영국 등 16개국의 원숭이두창 환자 528명을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감염 의심 경로는 95%가 성적 접촉이었다.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에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거나 수영장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1일 독일에서 입국한 30대 한국 남성이 원숭이두창으로 확진된 이후로 추가 환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이 스페인과 미국, 독일 등 우리나라와 왕래가 잦은 나라에서 유행하는 데다 최근 입국 규제 완화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은 물론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이 늘고 있는 만큼 추가 환자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입국 외국인은 24만3514명으로 지난해 6월(8만4802명)의 2.9배 수준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주 중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위기 상황 평가회의를 열고 조치 사항을 점검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8월 초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해외 제조사와 협의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계약된 물량인 1만 회분(5000명분)을 한 번에 들여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엔 심근염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2세대 백신밖에 없다. 부작용이 적은 3세대 백신을 확보하면 영국처럼 원숭이두창 밀접 접촉자에게 백신을 맞혀 전파를 차단하는 이른바 ‘포위 접종(ring vaccination)’ 전략을 쓸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환자가 국내에 들어온 뒤 지역사회에서 2차 감염을 일으키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 새로운 질병 부담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who#원숭이두창#두창 주의보#비상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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