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못한 연금 개혁, 동력 상실 우려된다[동아시론/김상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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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시대, 미래 세대 위해 연금개혁 불가피
노인 빈곤 해소 못하는 기초연금, 국민연금개혁 할 때 같이 손봐야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국민이 우리 정부에 명령한 사항”이라며 3대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을 책임지고 추진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개혁 작업이 지체되고 있어 이러다 동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금 개혁에 허송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개혁은 더욱 절실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2007년 국민연금 개혁에 성공한 후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1%씩 하락해도 더 이상의 개혁은 없었다. 개혁의 필요성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아 지체될수록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잠재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 있다. 2021년 신생아 수는 26만 명으로 합계출산율은 0.81로 최저를 기록했고, 207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46.4%로 경제활동인구(15∼64세)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성장엔진이 점점 식어 한국개발연구원(KDI) 예측에 따르면 2040년대 경제성장률은 0.8%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경제가 0%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같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와 저성장 시대에는 저부담-고급여 수급 구조의 국민연금을 유지할 수 없다. 2018년 발표한 정부의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2042년 당기 수지적자 후 2057년 적립금이 고갈된다. 이를 반영해 보험료를 납부해도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젊은 세대에 퍼졌고,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국가가 국민연금 운영을 책임지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연금은 지급된다. 다만 기금이 고갈되면 재원 조달을 위해 미래 세대가 30%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저부담-고급여의 수급 구조, 인구 구조 악화 및 저성장에 기인하는 재정 위험을 세대 간에 분산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양보가 절실하다. 40년 가입 시 생애소득 평균의 40%를 보장하는 현행 급여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 보험료율을 13.5%로 인상하면 고소득자의 순이전액(총연금액―총보험료)이 저소득자보다 많은 현재의 구조에서 저소득자의 순이전액이 더 많은 구조로 바뀌면서 소득 재분배 효과도 커지게 된다. 참고로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균형보험료는 20% 수준이다.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기초보장제도인 기초연금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일반 국민을 위한 공적연금 제도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구성되며 많은 노인들이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감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2020년 노인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38.9%로 전체 인구 빈곤율(15.3%)보다 월등히 높다. 일상생활에서 폐지 줍는 노인을 자주 목격하고 노인 빈곤을 실감한다. 올해 기초연금으로 20조 원을 지출하는데 왜 이렇게 빈곤율이 높을까. 주된 이유는 노인 70%에게 적은 금액(월 최대 30만7500원)을 지급해 빈곤선 바로 아래에 위치한 노인만 빈곤을 탈출할 수 있고 취약노인은 여전히 빈곤 상태에 처하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자료로 분석한 필자 연구에 따르면 기초연금의 빈곤 개선 효과는 6.6%포인트에 불과하다.

노인 인구 증가로 노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선을 치를 때마다 기초연금액이 월 10만 원씩 인상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을 반영해 기초연금으로 개편될 때 월 20만 원,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월 30만 원으로 올랐고, 윤 대통령 공약에 따라 월 40만 원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 추계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월 40만 원으로 인상하면 기초연금 지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현재의 1%에서 2060년 3.7%로 상승한다. 비용은 많이 들면서 빈곤 개선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려면 취약노인에게 집중 지원하는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연금에 연계해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규정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개혁은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본인의 이해를 떠나 장기적 관점에서 개혁을 추진하기를 촉구한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연금 개혁#동력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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