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어처구니없이’ 살아남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입력 2022-07-23 03:00업데이트 2022-07-23 03:3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튜브/손원평 지음/276쪽·1만5000원·창비
“행운이 사고처럼 다가와 누군가를 마취시키면 불행이 여기 있다고 선언하며 닥쳤다. 행운이 수고했지, 애썼어, 라고 짧은 위로를 건네고 나면 불행이 그럼 이건 어때, 라며 단계와 강도를 높여 삶이라는 벽을 넘으려는 자들을 깊은 골짜기 아래로 떨어뜨렸다.”

길을 잃어버린 삶. 어디서 마주쳐도 기억에 남지 않을, 50대 김성곤은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연이은 사업 실패, 부인과의 별거, 그리고 냉담한 딸아이의 눈빛. 무슨 낙이 있겠나. 섣부르게 위로조차 건네기 힘들다. 하지만 그 끝자락에서 어처구니없게 죽음을 피한 김성곤. 이 배 나온 중년은 ‘아주 사소한 변화’에서 삶을 다시 이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일단 어깨와 허리부터 꼿꼿이 펴기로.

2017년 첫 장편소설 ‘아몬드’가 올해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하며 문단의 슈퍼 셀럽으로 등극한 손원평 작가. 그가 이번엔 이 땅에서 저평가되는 50대 아저씨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지난한 역경이 어깨를 짓눌러도 낙담하고 고개 숙이지 말라고. 아니, 무릎이 꺾였다면 다시 한번 찬찬히 일어나 보자고.

자세 좀 바꾼다고 솔직히 뭐가 달라질까. 하지만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지는 김성곤과 주변의 긍정적 변화를 작가는 흥미롭게 엮어낸다. 다소 찐하게 우연에 우연이 겹치긴 하는데, 원래 인생 그런 거지 하고 끄덕일 정도는 된다. 중반부까지 꽤나 친절했던 이야기의 이음새가 갈수록 헐렁해지는 느낌도 없지 않으나…. 뭐, 그것도 우리네 풍파에서 수긍 안 될 범주는 아니다.

다만 김성곤 못지않게 허리에 ‘튜브’를 낀 아저씨로서 살짝 볼멘소리는 해야겠다. 이 응원, 진짜 중년 남성들을 위한 건지 갸우뚱거려진다. 김성곤은 분명 나잇살깨나 먹은 외모와 배경을 지녔지만, 사고방식이나 행동거지는 청년에 더 가까워 보인다. 철이 없거나 어른스럽지 않다는 게 아니다. 푹 삭은 묵은 때가 끼질 않은 캐릭터라고나 할까. 물론 세상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으니까. 작가 말대로 김성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초능력”을 지닌 이일지도. 하긴, 아이언맨도 굳이 따지면 동년배 아니겠나.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