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화 거부하는 우크라 국민…매일 수백명씩 헤르손 탈출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2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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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주(州)를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우크라이나인들도 직업을 빼앗기고 러시아어 사용 강요 등 ‘러시아화(化)’ 작업 본격화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헤르손에선 지난 3월 러시아 점령 이후 현재까지 총 6만여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인근 ‘크리브 리흐’ 시로 탈출했다. 러시아의 강압적 점령 정책에 따른 반발 차원이다. 전쟁 전 30만 명에 달했던 헤르손주 인구는 20만명 중반대로 떨어졌다.

크리비 리흐는 헤르손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150㎞ 떨어진 인구 70만 명의 공업 도시다. 행정구역상 우크라이나 중남부 제3도시인 드네프로페트롭스크주에 속해 있다.

러시아가 점령한 뒤 4개월을 보냈던 농부 안드레이 할리유크는 가까스로 헤르손을 탈출해 크리브 리흐에 안착했다. 러시아 군과 러시아가 고용한 용병, 분리주의자가 뒤섞여 현지인 대상으로 약탈을 일삼자 탈출을 결심했다.

헤르손에서 갑상선 치료 등 내분비계 전문의로 활동했던 막심 오프차르 박사는 러시아군 점령 이후 직장을 잃었다. 대신 러시아어 강제 사용을 위한 번역일을 강요 받아 협조했다.

이후 러시아 괴뢰 정부에서 보건소 관리원 자리를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 주변 친구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지켜보며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러시아 군인들이 괴뢰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위협했고, 헤르손 탈출을 결심했다. 지난 7일 러시아 군이 루한스크주 완전 점령에 도취돼 있을 때 헤르손을 떠나 크리브 리흐로 도망쳤다.

탈출 행렬이 이어지자 러시아 군은 헤르손 외곽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 차단에 나섰다. 헤르손 북측 젤레노돌스크 마을을 지키고 있다가 이곳을 지나는 우크라이나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마리우폴과 세베로도네츠크 등 다른 러시아 점령지에서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정부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을 숨기고, 정반대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알렉세이 네치푸렌코는 러시아군이 자신의 눈앞에서 아내를 살해한 장면을 목격했다. 자신은 마리우폴 함락 과정에서 다리를 잃었다. 현재 러시아 의사 아래서 치료를 받고 있다.

네치푸렌코는 CNN에 “지금 러시아 의사가 내 상처를 진료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겪은 고통에 대해 솔직히 말하기 어렵다”며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5월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 함락으로 러시아 지배를 받게된 스타니슬라프- 비탈리나 부부는 에스토니아로 탈출했다. 아버지가 러시아 군에 의해 총격을 받자 두려움에 제3국행을 택했다.

탈출 과정에서 러시아 군에 붙잡혀 여러 차례 심문을 받아야 했다. 두 부부는 “그들이 우리 전화기를 가져가 은행 계좌, 메시지 등 모든 것을 빼갔다”며 “솔직하게 말하면 심문을 벗어날 수 없었다. 러시아에 대한 증오의 감정은 숨겨야만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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