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처럼 깊은 감성으로 돌아온…조지 윈스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1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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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73)에게 밤은 특별한 시간이다. 그는 스스로를 야행성 인간이라 정의한다. 5월 발매된 그의 16번째 솔로 앨범 ‘Night’에는 모두 잠든 밤부터 동이 틀 무렵까지 그가 느낀 감상을 담았다. 그는 앨범 설명에 ‘밤에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놀라움이 있다’고 적었다. 2019년 ‘Restless Wind’를 발매한 뒤 3년 만에 신보로 돌아온 그를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공연도 하고 스튜디오 녹음 작업도 하며 지냈어요. 요즘엔 큰 의도 없이 연주하고 싶은 곡들을 녹음하곤 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야 느낌이 오는 곡들이 있고, 또 어떤 곡들은 아예 앨범 프로젝트에 쓰이지 않기도 하죠. 코로나 19 동안엔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음악 에세이에 시간을 많이 쏟았고, 저와 타 아티스트들의 차기 발매작에 대한 노트를 적기도 했어요.”

1972년 ‘Ballad and Blues’로 데뷔한 그는 계절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서정적인 곡들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82년 발매된 ‘Winter into spring’과 ‘December’는 각각 100만 장, 300만 장이 팔렸다. ‘Forest’(1994년)로 그래미상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상을 수상했다.

첫 곡 ‘Beverly’부터 ‘Kai Forest’, ‘At Midnight’, ‘Dawn’까지 그가 작곡한 4곡의 투명하고 포근한 멜로디를 들으면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이번 앨범엔 그가 작곡한 네 곡과, 기존 곡을 재해석한 곡 8곡 등 총 12곡이 담겼다.

“이 앨범은 자정부터 오전 6~7시까지의 기분을 그렸어요. 삶과 존재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금 여기 있음에 감사함을 그린 앨범이기도 하죠.”

밤이 그에게 각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밤이 찾아오면 “말로는 형용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지만 가끔 음악으로는 표현이 가능한 깊은 감정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밤이라는 환경을 너무도 좋아해요. 미묘하게 다른, 다양한 색깔의 어두움이 좋거든요. 밤이라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제 자신을 제외한 이 세상의 어떤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을뿐더러 오롯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자동차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밤의 동물 소리, 새들의 소리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Night에는 윈스턴이 1990년대 말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5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노래들이 들어갔다. 그가 작업한 곡들 중 Night라는 앨범 콘셉트에 어울리는 곡들을 모았다. 존 크레거가 작곡해 윈스턴에게 1974년 준 곡 ‘Blues for Richard Folsom’는 그가 1997년 녹음을 마친 곡이다.

“1991년 이후로 만들어진 앨범들 모두 제작하는데 수년이 걸렸고, 심지어 10년 이상이 걸린 앨범도 여러 개 있습니다. 그 중 이번 앨범은 완성하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약 24년 정도 걸렸죠. 모든 수록곡들이 저에게는 밤을 연상시키는 곡들이라 들을 때 자정부터 동이 틀 때까지의 순서대로 느낌이 들도록 오랫동안 작업했어요. 트랙리스트 순서도 그렇게 짰고요. 격리 중이라 시간을 더 쏟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과 계절의 변화에서 영감을 받는 윈스턴은 운전을 즐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보다 더 많이 미국을 운전해서 돌아다녀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이브를 하며 서서히 바뀌는 각 계절의 풍경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지형들의 그런 점진적인 변화가 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종종 그런 것들이 영감이 되어 음악으로 나오기도 해요.“

그는 요즘 즐겨 듣는 음악도 공유했다.

”뉴올리언스의 피아니스트인 프로페서 롱헤어와 헨리 버틀러, 남인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L.수브라마니암의 노래들을 들어요. 그런데 사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들으려 하죠.“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윈스턴. 50년의 세월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피부암과 갑상선암, 골수 이형성 증후군이 그를 덮쳤다. 윈스턴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강당에서 피아노를 연습했고, 환우들을 위한 공연도 세 차례 열었다. 음악으로 자신과 타인을 치유하는 음악가다.

”살아있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사실 (50주년이) 그렇게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도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피아노 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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