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우조선, 기다릴만큼 기다려”… 장관들은 노조 설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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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파업]
尹 “불법, 방치-용인돼서는 안돼”…대통령실 “파업 끝내면 대화 가능”
행안-고용장관, 경찰청장 후보자, 거제 파업현장 찾아가 노조 만나

손 내민 이정식 고용장관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유최안 금속노조 대우조선 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조선소 1독(dock) 바닥에 만든 1㎥ 크기의 철 
구조물 안에서 28일째 농성 중이다. 거제=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손 내민 이정식 고용장관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유최안 금속노조 대우조선 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조선소 1독(dock) 바닥에 만든 1㎥ 크기의 철 구조물 안에서 28일째 농성 중이다. 거제=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라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동시에 관계부처 장관들은 경남 거제시 파업 현장을 찾아 노조와 대화를 시도하며 강온 양면 전략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공권력 투입 여부와 시기에 관한 질문에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파업이 이날로 48일째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가 조 단위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날 오후 대통령실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 나서 “국민과 정부가 인내하고 있는 만큼 빨리 노조가 불법 파업을 끝내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얼마든지 정책적으로 지원할 마음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농성을 풀면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날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찾아 노조와 면담했다. 이상민 장관은 공권력 투입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선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식 장관은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을 만나 ‘공권력 투입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듣고 “그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믿고 파업 풀어달라”… “공권력 투입땐 제2 쌍용차 사태”



고용-행안장관 ‘대우조선’ 현장 찾아
이정식 장관 ‘철창 농성’ 노조원 만나 “한번더 생각해 달라” 농성해제 호소
대통령실 “파업 끝내면 정책적 지원”…이상민 행안 “공권력 투입도 고려”
노조원 100여명, 공권력 투입 대비…농성장 둘러싸고 시너통 추가 반입
주말께 공권력 투입 여부 검토


“노동운동을 같이 한 입장에서 호소한다. 정부를 믿어 달라. 농성을 풀면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도록 노력하겠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공권력을 투입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될 수도 있다.”(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19일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건조대)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자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하청지회 노조원 100여 명이 ‘농성 현장을 지키겠다’며 1독 주위에 모여 구호를 외쳤다. 이정식 장관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은 잇달아 현장을 찾아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자’고 호소했다.

○ “파업 끝내면 지원 가능”
이정식 장관은 이날 김 지회장과의 면담에서 자신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의 요구는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닌 구조적·정책적으로 해결할 일인 만큼 정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어려움을 살펴보겠다”며 농성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김 지회장은 “노동부 장관이면 노동자들이 왜 투쟁을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공권력 투입 얘기만 하고 있다”며 “오죽 절박하면 이런 투쟁을 하겠느냐”고 맞받았다.

이어 이 장관은 조선소 1독 바닥에 만든 1m³ 크기의 철 구조물 안에서 28일째 농성 중인 유최안 부지회장을 만나 “정부를 믿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노동)운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현재 상황은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며 “노조의 요구가 충분히 전달됐다고 보기 때문에 (농성을 푸는 걸)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유 부지회장은 “농성을 풀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19일 오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거제=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19일 오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거제=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오후 2시 50분경에는 이상민 장관이 현장을 찾았다. 이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상당히 심각하다. 6월까지 약 2800억 원의 손실이 났고, 이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320억 원가량 손실이 추가로 나는 것으로 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공권력 투입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로 타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를 불문하고 산업 현장에서 법치주의는 엄정하게 확립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오후에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노조가 불법 파업을 끝내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 얼마든 정책적으로 지원할 마음이 있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냈다. 최후의 수단인 공권력 투입에 앞서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 공권력 투입, 주말이 고비
공권력 투입 여부는 23일경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9일부터 농성 현장에 대한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농성 중인 노조원 7명을 해산 및 검거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전날에는 22명으로 구성된 거제경찰서 전담 수사팀에 수사 인력 18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에 맞서 노조원들은 이날 시너통 1개(1.5L)가 배치된 현장에 시너통 5개(25L)를 추가로 반입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충돌이 빚어질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경찰은 유 부지회장 등 집행부 3명에 대해 22일을 기한으로 4차 출석요구서를 보낸 상태다. 또 난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는 조합원 6명에 대해서도 같은 날을 기한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은 이 9명의 조합원이 기한 내 경찰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할 예정이다.

하청지회와 협력사 측은 이날 막판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양측의 임금 인상률 제시안 격차는 일정 부분 좁혀졌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청지회 측이 대우조선해양 등에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소를 제기하지 말 것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것도 협상 결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주 대우조선해양 임직원(하청업체 포함)이 대거 휴가에 돌입하는 만큼, 그 전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추가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거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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