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초교 총격사건 보고서 “경찰 376명의 오판 대참사”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18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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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유밸의 롭 초등학교에서 지난 5월24일(현지시간) 학생 19명과 성인 2명이 사망한 총기 참사에 대해 주 의회 조사위원회가 17일 (현지시간) 무려 800쪽에 달하는 완벽에 가까운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AP통신, CNN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이 사건을 “ 400명에 가까운 경찰의 역대급 오판과 대응 실패”로 규정하고 총기범이 학교 안에서 21명을 죽이는 동안 경찰이 밖에서 어이없는 정지상태로 시간을 보낸 것을 비판했다.

또 종전의 많은 언론 보도와 중간 보고서가 남부 텍사스주 현지 경찰의 무능과 오판을 비난한 것과 달리 이 보고서는 텍사스주와 연방 사법집행기관을 모두 비난한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 롭 초교에서 경찰 출동대는 자기들의 총격범 대처 훈련 매뉴얼에만 집착했을 뿐, 무고한 생명을 지키는 일을 자신들의 안전보다 우위에 놓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밝혔다.

총격범은 학교 건물 안에서 약 142발을 쏘았는데, 그 중 거의 100발은 경찰관이 처음 진입하기 이전에 발사된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어서 경찰의 수 많은 실패를 조목 조목 나열했다.

-국경수비대 비상출동팀 지휘관은 방탄조끼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교실문을 여는 마스터 키를 기다렸다. 교실문으 이미 열려 있어서 열쇠는 필요가 없었다.

- 경찰 장교가 수 십명이나 와있었는데도 아무도 총 지휘를 맡지 않았다.

- 유밸디 경찰서에서는 교실에서 건 911 구조요청 전화가 있어서 희생자들이 인질로 건물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도 아무도 교실 안에 진입하려 하지 않았다.

유밸디의 돈 맥로린 시장은 현장에서 유밸디 시의 파라가스 서장이 지휘를 맡아야 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에 유밸디 경찰관들의 바디 카메라에 찍힌 모든 영상을 공개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당시 학교에 출동했던 경찰관들 가운데 2~3명이 벌써 사직하고 떠났으며, 극단적인 선택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17일 발표 전에 이번 조사보고서는 미리 유밸디 초교 유가족들에게 배포되었다.

살해당한 11살의 레일라 살라자르의 할아버지 빈센트 살라자르는 “ 이건 말도 안된다. 웃기는 얘기다. 이들은 경찰 뱃지를 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전부 다 그렇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날 학교에는 376명의 사법 집행 인력이 출동했다. 절대 다수는 연방 및 주 사법기관의 경찰이었고, 150명의 국경수비대원과 91명의 주 경찰관도 현장에 있었다.

“현장에는 수사결과 총을 든 ‘악당’ 외에는 어떤 공격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나쁜 동기나 사악한 폭행범도 없었다. 엉뚱한 오판과 경찰의 제도적 실패만이 있었을 뿐이다.”

12일 데일리메일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총기 난사범 살바도르 라모스(18)가 AR-15 소총을 들고 오전 11시33분 학교에 들어가 12시50분까지 교실을 돌며 총기를 난사한 77분 동안 출동한 경찰은 범인을 제압하지 않고 대기했다.

영상 속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복도에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기도하며 우왕좌왕하다가 라모스가 2개 교실에서 총 100발을 난사하자 뒷걸음질 쳐 몸을 숨기기도 한다.

2분 뒤 한 교사가 911 교환원과 다급하게 통화를 하며 “아이들이 달아나고 있다”고 외친다. 범인이 학교 주차장에서 총을 쏘기 시작하자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실로 들어가라”고 소리친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로 달려간 수 백명의 경찰 출동대는 학교가 있는 지역의 경찰보다 훨씬 더 훈련을 잘 받았고 장비도 훌륭했는데도, 오히려 텍사스주 경찰은 지역 경찰이 교실에 더 빨리 진입하지 않은 것을 탓했다.

주의회 조사위원들은 자신들은 경찰의 공무수행에 대해 판단하는 게 직업은 아니지만 17일 보고서 발표 이전에 현장에 있던 수 백명의 장교급 경찰 가운데 공무 휴가 형식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유밸리 학교 지역 경찰서장 단 한 명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사건 이후 몇 주일간 총격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과 목격자 등 40명 이상에 대한 비공개 면담과 증언 채취 끝낸뒤에 작성, 발표되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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