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제2의 허준이 교수’ 나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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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상 불발됐던 미분기하학
오성진, 최경수, 정인지 교수 주목

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하자 국내 수학계는 크게 반겼다. 한국에서 태어나지만 않았을 뿐 한국 교육과정을 거친 인재가 거둔 쾌거란 점에서다. 국제수학연맹(IMU)이 올해 2월 국가 수학 등급을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하면서 한국은 명실공히 수학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수학계는 학문적 토양이 다져진 만큼 ‘제2의 허준이 교수’ 탄생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학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오성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수학과 교수(89년생, 2022년 기준 33세), 최경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86년생, 2022년 기준 36세), 정인지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90년생, 2022년 기준 32세) 등 3명도 허 교수 못지않은 연구 업적을 쌓아 왔다. 세 학자는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왔고 필즈상 수상 후보 자격이 있는 만 40세 미만이라는 점, 또 편미분방정식 연구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 교수는 KAIST 수리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에서 수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우주의 블랙홀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비선형 쌍곡 편미분방정식으로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시상하는 젊은과학자상을 받았다. 같은 해 포스텍이 선정하는 ‘한국을 빛낼 젊은 과학자 3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 교수는 서울대 수리과학부를 졸업한 뒤 미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최 교수는 곡률기하학의 문제를 편미분방정식을 이용해 설명한 연구로 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상산젊은수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정 교수는 미 브라운대에서 학사, 프린스턴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교수의 관심사는 흐르는 물체의 상태를 예측하는 유체역학인데 이는 기상예보나 우주선, 양자컴퓨터 개발 등에 활용된다. 정 교수는 유체를 설명하는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의 일종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과 관련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학계가 이 세 사람을 다음번 필즈상을 받을 만한 후보로 지목하는 이유는 학술적 업적뿐 아니라 그간의 필즈상 선정 경향을 볼 때 수상 조건이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속적으로 수상자를 배출한 분야와 그동안 수상자를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분야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올해만 해도 4명의 수상자 중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마리나 뱌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의 연구 분야는 정수론이다. 반면 허 교수는 조합론 분야 연구자 중 첫 수상자다. 하승열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최근 20년간 필즈상 수상자를 보면 정수론과 수리물리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며 “반대로 조합론 분야에선 전무했는데 올해 비로소 수상자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4년 뒤 발표되는 다음번 수상자 발표 때는 계속 불발됐던 미분기하학과 그동안 각광받지 못했던 계산과학이나 수리생물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수학계는 다양한 난제에 도전한 젊은 수학자들에게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는 “수학계에선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며 “젊은 학자들을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난제에 도전하도록 용기를 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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