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한그릇 1만5000원 넘어…“초복에 서민들 더 덥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14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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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A씨(46)는 초복(16일)을 앞두고 팀원들과 점심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가 고물가를 제대로 체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모처럼 삼계탕집을 찾은 것인데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한 그릇에 1만6000원 하던 삼계탕은 1만7000원으로, 오골계탕은 2만2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올랐다. 닭똥집 메뉴도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1000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팀원 6명과 삼계탕을 먹은 A씨는 총 10만원 넘게 점심값을 냈다.

#인천에 사는 주부 B씨(42)는 이번 초복에 가족들과 집에서 간편식 삼계탕을 끓여 먹을 예정이다. 밖에서 사 먹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고 요즘은 간편식이 워낙 좋아져서 조리가 쉽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B씨는 삼계탕 간편식 개당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소 비쌀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당 8000원으로 4인 가족이 먹으려면 3만20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오는 16일 초복을 앞두고 이처럼 외식물가 상승으로 삼계탕 한그릇 사 먹는 것도 부담으로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외식물가 고공행진으로 이젠 복날 삼계탕도 건너뛰어야 하느냐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삼계탕 맛집으로 꼽히는 음식점들은 1만7000원까지 가격을 높게 받고 있다.

13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삼계탕 가격은 1만488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077원보다 5.7% 인상됐다.

닭고기를 비롯해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여기에 인건비와 물류비까지 인상됐기 때문이다. 닭고기 값이 오른 것은 생산비가 그만큼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며 닭 사료값이 뛰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기준 삼계탕용 닭고기인 삼계 도매가는 ㎏당 5692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4914원)보다 15.8% 올랐다. 삼계탕 속에 들어가는 인삼과 대추 가격도 각각 10%, 40% 치솟는 등 부재료 가격도 일제히 상승세다.

정부는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식용유와 돼지고기에만 적용하던 할당관세 0%를 닭고기와 소고기, 분유 등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세 인하가 실제 닭고기를 쓰는 삼계탕 같은 메뉴 가격까지 낮출 지는 미지수다.

닭고기의 경우 백화점과 마트, 시장 등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생닭은 대부분 국내산으로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관세 인하 영향을 받는 수입산 닭고기는 대부분 뼈가 없는 순살 제품으로, 닭고기 육가공 업체 및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일부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 인하로 직결되긴 힘들다.

대목인 초복을 앞둔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걱정이 태산이다.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들 것 같고, 가격을 유지하려 해도 재료 값에 인건비 상승 등 압박이 너무 크다.

서울 명동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C씨는 “원재료 값이 평균 30% 이상 올라 어쩔 수 없이 삼계탕 메뉴 가격을 올렸는데, 초복에 매출이 감소할까 걱정이다”며 “아직까지 가격에 대해 항의하는 손님은 없지만 요즘 매출이 이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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