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상대적으로 비쌀수록 친환경 정보 애써 무시… ‘합리적 소비자’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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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제품 선호’ 405명 실험

합리적인 소비자는 제품을 사기 전 제품 정보를 면밀히 검토해 만족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내린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는 평상시 자신이 선호하는 바와 배치되는 정보는 무시하고 선호를 뒷받침하는 정보에 과잉 의존한다. 이러한 성향은 자신의 선호와 구매 행동 사이의 인지부조화를 피하려는 본성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친환경을 표방하는 제품들이 실제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기란 어렵다. 미디어에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가짜 정보가 넘쳐난다. 이처럼 정보의 진위를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연구진이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대학생 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선택적 정보 회피 성향은 제품의 가격, 정보 수집 비용, 정보의 신빙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의 친환경 제품 A, B 중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은 두 제품의 가격과 탄소 절감 효과, 정보 수집을 위해 필요한 비용,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정보의 신뢰도 등을 달리해 다양한 조건으로 진행됐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정보를 얻기 위한 비용이 없거나 크지 않다면 정보를 얻어 자신의 선호에 부합하는 선택을 내린다. 이 실험에서는 탄소 절감 효과가 큰 제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친환경 소비를 선호하는 자신의 성향과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실제로 실험 결과, 두 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가 적고 정보 획득에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고, 정보의 신뢰도가 높은 조건의 실험 참가자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탄소 절감 효과가 큰 제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지 않은 채 가격이 낮은 제품을 택했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클수록 선택적 정보 회피 성향도 강해졌고, 탄소 절감 효과가 커 자신의 선호를 확실히 대변하는 제품보다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선택했다. 또한 적은 수준이라도 정보 획득에 시간과 노력이 들면 선택적 정보 회피 성향이 2∼4배까지나 강해졌다. 정보 획득에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보 수집 욕구를 떨어뜨려 최선의 소비 선택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정보의 신빙성이 낮은 조건에서도 선택적 정보 회피 성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가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탓에 정보에 대한 믿음이 낮아지면, 자기기만 행위를 하는 데 대한 부담과 죄책감(심리적 비용)이 줄어들어 선택적 정보 회피 성향이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소비자는 자신의 인지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회피한다. 이런 성향은 비용을 들여 얻은 정보가 가짜일 가능성이 클 때 더욱 강해지고, 과학적 정보를 불신케 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친환경#합리적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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