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도 호황 끝났다…가전·폰 수요 감소에 “주문 취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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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11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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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생산 시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20.5.21/뉴스1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생산 시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20.5.21/뉴스1
불황이 없을 것 같았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침체 여파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가전, IT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최근 주요 파운드리 업체에선 전력관리반도체(PMIC)·이미지센서(CIS)·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시스템온칩(SoC) 등 고객사의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8인치 파운드리 팹에서 만들어지는데 주로 스마트폰·가전 등 소비자향 제품에 들어간다. 일부 업체들은 12인치 팹에서도 주문 취소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 주요 고객사들도 주문량을 기존 계획보다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반기 판매 부진을 우려하는 스마트폰·가전·PC 등 제조업체들이 재고 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펜트업(보복소비) 수요 소멸로 제품 소비가 감소하자 제조사들이 기존 파운드리 재고를 최대한 활용하고 신규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파운드리 생산설비 가동률도 최대 9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파운드리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달리 품귀 현상을 겪으면서 가동률 100%를 유지했는데, 이젠 공장 가동을 축소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PMIC·CIS·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을 생산하는 8인치 파운드리 팹의 가동률이 올해 하반기에 90~9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소비자향 제품 반도체의 생산 비중이 높을 경우에는 90%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제품이 다양한 12인치 파운드리 팹은 8인치보다는 상황이 낫겠지만 가동률이 약 9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전대미문의 호황을 누려왔던 파운드리 공정 수요에 변곡점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PC·스마트폰 판매 부진 우려 속에 제조업체들이 재고 조정에 나설 경우 팬데믹이 불러온 오버부킹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오더컷(주문 축소)은 현실화되고 있다. 대만 언론인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의 주요 고객인 애플은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모델에 대한 초기 SoC 주문량을 처음 합의한 것보다 10% 줄였으며, AMD도 부진한 PC 판매로 인해 내년 1분기까지 TSMC로부터 웨이퍼 생산을 2만개 줄이기로 했다. 이 여파로 TSMC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연초보다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파장이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 DB하이텍 등이 8인치 파운드리를 공급한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6조7770억원이던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의 매출이 2분기 5조8320억원, 3분기 5조6360억원, 4분기 5조5340억원 등 연말로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최첨단 기술로 분류되는 4~5나노미터(㎚) 공정은 각종 신제품 개발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풀가동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도 데이터센터 시장 수요가 지속되면서 가동률이 95~100% 수준으로 유지되고, 차량용 반도체 수요도 아직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는 반도체가 전방산업인 세트업계보다 경기 영향을 뒤늦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소비 감소 여파가 내년에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각보다 더 빨리, 가까이 다가왔다”며 “경기 침체가 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느 정도의 강도와 길이로 올 것인가로 이슈가 바뀐 듯 하다. PC·스마트폰 수요는 예상보다 더 안 좋을 수 있고, 믿었던 서버 수요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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