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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디폴트옵션 시대 퇴직연금 관리법[김동엽의 금퇴 이야기]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입력 2022-07-11 03:00업데이트 2022-07-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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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당신은 퇴직연금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나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물으면 “글쎄요” 하면서 머뭇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상품을 선택했지만 너무 오래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사람은 그나마 낫다. 바로 대답을 못하는 이들 중에는 자신이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도 있고, 퇴직연금에 가입한 건 알겠는데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중 어떤 제도에 가입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도 적지 않다.

이번에 퇴직연금에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퇴직연금 운용현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한 운용방법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라”고 할 것이다. 이때 근로자는 단순히 디폴트옵션을 선택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지금 가입하고 있는 금융상품에 대해 살펴보는 게 낫다.

[STEP 1]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인지 확인한다

한 직장에서 1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용자는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한국은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퇴직급여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 퇴직금 제도를 운용하는 회사는 퇴직급여 재원을 회사 내부에 보관한다. 따라서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다르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퇴직급여 재원을 회사 밖 금융회사에 보관한다. 따라서 회사가 파산해도 근로자는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때 금융회사에 맡겨둔 퇴직급여 적립금을 누가 운용하느냐에 따라 퇴직연금은 DB형과 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적립금을 회사가 운용하고, 운용 손익은 모두 회사에 귀속된다. 반면 DC형은 가입자가 자기 명의로 된 퇴직 계좌에서 적립금을 직접 운용한다. 근로자는 사용자가 이체한 퇴직급여를 어떻게 운용할지 스스로 정해야 하고, 운용 성과도 모두 근로자에게 귀속된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적용 대상자는 4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과 기업형 IRP에 가입한 근로자는 318만 명이고, 개인형 IRP 가입자도 111만 명이나 된다. 적립금 규모도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과 기업형 IRP 적립금은 77조6000억 원, 개인형 IRP 적립금은 46조5000억 원에 달한다.

[STEP 2] 현재 운용하고 있는 금융상품을 확인한다

DC형 퇴직연금과 IRP 가입자는 디폴트옵션을 정하기에 앞서 현재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DC형 퇴직연금과 IRP에서는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부터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적립금을 상품 하나에 전부 투자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개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투자 할 수 있다. 다만 위험자산에는 적립금 중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는 주식 편입 비중인 40%가 넘는 혼합형펀드와 주식형펀드가 있다.

그러면 DC형 퇴직연금과 IRP 가입자들은 주로 어떤 금융상품에 많이 투자하고 있을까. 2021년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과 IRP 적립금(124조1000억 원) 가운데 약 68%에 해당하는 84조4000억 원이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맡겨져 있고, 대기성자금에 남은 돈도 6.2%(7조6000억 원)나 된다. 반면 실적배당상품에 투자된 금액은 25.8%(32조 원)에 불과하다.

만기가 없는 실적배당상품과 달리 원리금보장상품은 만기가 있다.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대기성자금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된다. 만기 후 4주가 지났는데도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금융회사에서 2주 뒤에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고 알린다. 그리고 2주내 운용 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에 따라 만기 자금이 운용된다.

[STEP 3] 자신에게 맞는 디폴트옵션을 정한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상품을 확인했으면 이제 자신에게 맞는 디폴트옵션을 정할 차례다. 디폴트옵션으로 허용되는 상품 유형으로는 원리금보장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드펀드, 단기금융펀드, 사회간접자본(SOC)펀드가 있다.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할 때는 금리 수준, 만기, 예금자보호 여부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펀드를 선택할 때는 주식과 채권 등 자산배분 현황과 함께 위험 등급과 손실 가능성, 과거 수익률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디폴트옵션 적용을 받는 금융상품에는 위험자산투자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예를 들어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70%를 주식형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정기예금에 맡겨 둔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으로 주식형펀드를 선택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정기예금이 만기가 된 다음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면 위험자산 비중이 100%가 된다.

[STEP 4] 사후관리에 신경 쓴다

디폴트옵션을 선택하면 지금 운용하고 있는 상품이 바로 바뀌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디폴트옵션은 어디까지나 DC형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방법을 정하지 않고 일정기간이 경과했을 때 효력이 발생된다. DC형 퇴직연금에 처음 가입한 근로자가 2주 안에 적립금 운용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금융상품 만기가 지나고 6주가 지났는데도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더라도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운용방법을 바꿀 수 있다. 아무쪼록 이번에 도입하는 디폴트옵션이 근로자들이 자신의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을 갖고 운용해 평안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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