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주관성 고려하는 ‘서평’ 작업…편집자의 삶 엿보는 이 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8일 1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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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언어’ 저자 메리케이 윌머스




서평(書評)은 글을 다룬 글, 곧 메타텍스트다. 타인의 글을 언급하는 만큼 더없이 섬세해야 하며, 객관성과 주관성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줄을 타는 지난한 작업이다. 신간 ‘서평의 언어’의 저자 메리케이 윌머스는 런던 리뷰 오브 북스(LRB)의 공동창립자이자 편집자. LRB는 1979년 창간돼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출판 리뷰 전문 잡지다.



책에는 1972년에서 2015년에 이르는 윌머스의 글 23편을 실었다. 15편의 서평을 제외한 에세이 여덟 편은 육아의 경험, 이국의 친지, 어린시절 살았던 벨기에 브뤼셀 등 개인적이고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서평의 언어’는 본디 이 중 네 번째 에세이의 제목(원제는 ‘소설 서평의 언어’)이다. 저자가 평생 다뤄온 일을 엿보게 하는 점에서, 또한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의 성격을 가늠하게 하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책의 중심을 이룬다.



저자의 경계대상 1호는 친절한 서평이다. “평자들은 늙은 소설가에게는 늙었다는 이유로, 젊은 소설가에게는 젊다는 이유로 친절하다. 그 이유는 (‘소설 시장을 구하라’는) 출판계의 경제 논리와 연관된다.” 주관과 내러티브 과잉 역시 경계 대상이다. “서평 안에는 서평가의 소설이 담겨있다. 소설을 소설적으로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위험성은 저자의 소설에 훼방을 놓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15편의 서평엔 일관된 요소가 있다. 서문을 쓴 출판 저널리스트 존 랜체스터는 “이 책들은 거의 모두 여성을 다루고 있다. 주된 관심사는 젠더 자체보다는 젠더들 사이의 관계, 특히 남성의 기대, 시선, 권력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동성(同性)연인을 다룬 ‘비타: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 백만장자의 상속인이었지만 납치돼 좌파 게릴라가 됐던 패트리샤 허스트의 ‘비밀스런 모든 것’ 등이 서평가의 책상 위에 찬찬히 펼쳐진다.

저자는 자신의 표현대로 ‘상냥한 척 급소를 가격하는’ 영국식 풍자들을 곳곳에 깔아놓는다. “검약을 위해 정부(情婦)를 두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부자만 할 수 있는 검약이다” 같은 표현이 그렇다. 원문을 보지 않아도 멋 부리는(posh) 런던 영어를 듣는 느낌이다.

서평을 읽는 독자들이 실제 책을 구해 읽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한다. “서평은 소설의 대체물로서, 서평을 읽는 이들에게 서평가의 경험이라는 또 하나의 차원을 더해준다.” LRB가 각각의 서평에 충분한 분량을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철학대로 윌머스의 서평은 책의 ‘대체물’이 될 상세한 설명을 담아낸다.

타국의 독자로서는 ‘글 읽기와 글쓰기에 종사해온 이의 다양한 경험을 다룬, 숙고의 노트’로 받아들이는 것도 제법 뿌듯한 독서 경험이다. 원제 ‘Human Relations and other Difficulties’(인간관계와 그 밖의 어려운 일들)이 그런 의도를 알려준다.

문득 경계심이 든다. 이 기사는 ‘서평의 언어’에 적합하게 작성된 것일까.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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