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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자연에서 찾은 답[이은화의 미술시간]〈222〉

이은화 미술평론가
입력 2022-07-07 03:00업데이트 2022-07-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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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디에프 절벽’, 1882년.
살다 보면 절벽을 만날 때가 있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제자리에서 참고 이겨내는 이도 있지만 여행이나 모험을 통해 답을 찾는 이도 있다. 클로드 모네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힘들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특히 노르망디 해변은 그가 평생 동안 즐겨 찾은 장소였다.

모네가 42세 때 그린 이 풍경화 속 배경도 노르망디의 디에프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르아브르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다. 형형색색의 물감과 감각적인 붓놀림으로 밀도 있게 표현된 거대한 절벽이 무척 인상적이다.

당시 모네는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다. 1879년 아내 카미유가 두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고,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후원자였던 에르네스트 오슈데가 파산하는 바람에 그의 부인 알리스와 여섯 자녀가 모네 집에 함께 기거했다. 하필 알리스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세간의 비난도 받았다. 부양할 아이가 여덟 명이나 되는 데다 작업할 여건도 안 되는 상황. 벼랑 끝에 선 심정이었을 게다. 결국 그는 화구를 들고 떠났다. 늘 그리워하던 대자연을 만나니 붓이 저절로 움직였다. 노르망디 해변은 모네에게 예술적 영감뿐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빛이 곧 색채라고 믿었던 그는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보이는 색채를 포착해 빠른 속도로 캔버스에 옮겼다. 빛의 세계가 얼마나 찬란하고 다채로운지를 대변하는 그림들이 탄생했다. 모네는 노르망디 풍경화로 전시를 열어 호평을 얻기 시작했고, 이 그림을 그린 이듬해에는 가족과 함께 지베르니에 정착해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며 산다.

절벽은 앞을 가릴 수 없는 깜깜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모네는 가장 힘든 시기에 노르망디 해안가 절벽을 찾았다. 이곳에서 예술의 영감도, 인생의 답도 얻을 수 있었다. 평생 물질이 아니라 자연의 빛을 욕망하고 탐구했기에, 예술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테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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