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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정선 산수화… 고종 국새… 해외환수 문화재 40점 한번에 만난다

입력 2022-07-07 03:00업데이트 2022-07-0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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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 국립고궁박물관 9월 25일까지
겸재정선화첩-왕실 복식 등 전시… ‘나전매화…’ 상자 등 3점은 첫선
10주년 맞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구 160바퀴 돌며 784점 환수”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금강산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로 54.3cm, 세로 33cm 화폭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봉우리가 겹겹으로 그려져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환갑 무렵 그린 진경산수화 ‘금강내산전도’다. 1925년 한국을 찾은 독일의 성 오틸리엔 수도원 노르베르트 베버 대원장이 이 작품이 포함된 ‘겸재정선화첩’을 수집해 반출했다. 2005년 성 오틸리엔 수도원이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화첩을 영구대여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반환하면서 ‘금강내산전도’는 8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당시 성 오틸리엔 수도원의 예레미아스 슈뢰더 신부는 반환 의사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겸재정선화첩이 더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곳에 있기를 바랍니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7일부터 9월 25일까지 해외로 반출됐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문화재를 소개하는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겸재정선화첩을 포함해 환수 문화재 40점을 선보인다. 2012년 창립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현재까지 6개국에서 784점(기증 680점, 매입 103점, 영구대여 1점)에 이르는 우리 문화재를 환수했다.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에는 한국사의 풍파가 녹아 있다. 전시는 1∼3부로 나눠 진행되는데 1부 ‘나라 밖 우리 문화재’에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며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역사를 소개한다. 1913년 일본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으로 불법 반출됐다 93년 만인 2006년 되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이 대표적이다. 조선 태조 때부터 철종 때까지 472년간 역대 왕의 행적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은 761책 전부가 일본에 반출됐는데 관동대지진으로 상당수를 잃고 남은 47책만 정부의 노력 끝에 반환됐다. 종묘에 봉안된 왕실문화유산인 고종의 국새 ‘황제지보’ 역시 6·25전쟁 때 도난당해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한미 공조 수사와 외교적인 노력으로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2부 ‘다시 돌아오기까지’에서는 하나의 문화재를 원래 자리로 반환하기 위한 재단과 정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7년 프랑스 경매 시장에 출품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을 매입해 국내로 반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1819년 신정왕후를 왕세자빈으로 책봉하며 제작한 이 죽책은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돼 있었으나 어느 순간 행방이 묘연해졌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소실된 것으로 추정돼왔던 왕실 유물이 경매에 출품된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재단 관계자들은 프랑스로 가 경매에 참여했다. 김계식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은 “문화재 환수를 위해 직원들이 10년간 세계 곳곳을 누빈 거리는 지구 160바퀴에 달한다”고 말했다.

크게보기문화재청 제공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과 미국에서 환수한 문화재 3점이 처음 공개된다. ‘나전매화, 새, 대나무무늬 상자’는 정방형 상자 표면에 매화, 대나무, 모란 넝쿨무늬가 조합된 18, 19세기 자개 상자로 지난해 일본 개인 소장자에게서 직접 매입했다. 1722년 조선시대 왕들의 글씨를 수록한 ‘열성어필(列聖御筆)’과 조선 후기 도자기 ‘백자동채통형병’은 올 3월 미국 경매에서 사들였다. 현재까지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 등 나라 밖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21만4208점에 이른다.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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