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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통영 원조 충무김밥… 대전 철공소 거리… “지역 알리자” 책으로 뭉친 지역 출판사

입력 2022-07-07 03:00업데이트 2022-07-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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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는 @ 있다!’ 5권 시리즈
독특한 지역문화와 삶 담아내
에세이 시리즈 ‘어딘가에는 @ 있다!’를 들고 있는 지역 소형 출판사 대표들. 왼쪽 아래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남해의봄날 정은영, 이유출판 유정미, 온다프레스 박대우, 열매하나 천소희, 포도밭출판사 최진규 대표. 남해의봄날 제공
서울을 떠나 지방에 출판사를 차렸다. 3∼10년에 걸쳐 노력한 끝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가끔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대형 출판사의 책만, 서울 이야기만 주목받으니까. 그래서 5개 지역 소형 출판사가 마음을 모아보기로 했다. 강원 고성군 ‘온다프레스’, 충북 옥천군 ‘포도밭출판사’, 대전 동구 ‘이유출판’, 전남 순천시 ‘열매하나’, 경남 통영시 ‘남해의봄날’이 각 지역의 명물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 ‘어딘가에는 @ 있다!’(전 5권)를 7일 펴낸 이유다.

기획이 시작된 건 2년 전이었다. 친한 친구도 안 만난다는 코로나19 시대였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가 다른 출판사 대표들에게 “한 번 모여서 기획을 하자”고 무작정 연락했다. 알고 지낸 이도 있었지만 처음 연락하는 이도 있었다. 어색함을 무릅쓰고 지난해 초부터 화상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회의를 했다. 정 대표는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삶을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만은 하나였다. 우리끼리 통하는 게 많아서 좋았다”고 했다.

에세이 5편에는 지역에 대한 섣부른 환상을 걷어내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모습을 오롯이 살리려 노력했다.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남해의봄날)는 충무김밥 취재기다. 통영 사람으로서 많이 듣는 “충무김밥 원조가 어디예요?”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통영의 충무김밥 맛집을 구석구석 탐험한다. 1981년 전두환 정권이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개최한 관제 문화축제 ‘국풍81’에서 충무김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사실, 충무김밥과 함께 먹는 석박지 단면의 각도가 15∼20도로 일정하게 유지돼 식감이 살아나는 과정을 세밀하게 소개한다.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이유출판)는 대전 철공소 거리를 들여다본다. 1950년 대전 최초의 공업사인 남선기공이 설립된 뒤 우리나라 금속 제조업 메카로 자리 잡은 철공소 거리를 샅샅이 조사했다. 철공소 장인들을 인터뷰해 쇠락한 거리의 청춘을 회상한다. 유정미 이유출판 대표는 “장인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기름때와 범벅이 돼 행인을 붙잡는 곳이다. 오래 묵은 이야기를 채집하고 싶었다”고 했다.

옥천에 사는 이주여성의 애환을 담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포도밭출판사)처럼 사회문제를 다루고,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철마다 버려지는 꽃들을 보며 고민하다가 생태를 고려한 여러 형태의 정원을 순천에 만든 과정을 정리한 ‘어딘가에는 마법의 정원이 있다’(열매하나)처럼 환경문제를 고찰하기도 한다. 태백에서 젊은 부부가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을 동판에 새겨 종이에 인쇄하는 ‘레터프레스’ 작업을 하는 일상을 담은 ‘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온다프레스)는 개인적인 고백을 기록했다. 박대우 온다프레스 대표에게 출간 소감을 물으니 담담한 답변이 돌아왔다.

“지역 소형 출판사들이 낸 책은 보통 인기를 끌기 어렵습니다. 언론사에서 관심을 갖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네요. 각 지역과 수도권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힘을 내서 다음 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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