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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놓고 갈등… “1층 소외” vs “피해의식”

입력 2022-07-07 03:00업데이트 2022-07-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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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여 다음주 개통 앞둬
주민은 “낙후환경 여전… 세금낭비”
오세훈시장은 “전면 철거” 밝혀
5일 서울 중구 인현상가와 PJ호텔을 잇는 공중보행교에 개통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시가 약 10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세운지구 상가 일대 공중보행로가 다음 주 개통을 앞둔 가운데 입주 상인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진양상가에는 보행로 개통 반대 현수막이 여럿 내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도심 속 흉물 보행교는 3층만의 전유물’ 등의 문구가 쓰였다. 종로구 세운상가부터 중구 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에는 원래 3층 외곽에 마루 형식으로 조성된 통로(인공 덱)가 있었다. 각 통로를 보행교로 연결해 남북 약 1km 길이로 조성한 것이 공중보행로다. 손님들이 상가들을 편하게 오가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계획됐다.


그러나 1층 상인들은 보행교가 개통되면 손님들이 건물 사이를 오갈 때 1층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영업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세운지구 인현상가 1층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재식 씨(80)는 지난달 29일 본보 기자와 만나 “1층 점주는 손님맞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상 진양·인현상가 환경개선추진위원회 회장(67) 역시 “3층 점주를 제외하면 혜택을 보는 상인이 없다”고 했다.

반면 3층 상인들 입장은 다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상보다 업자를 대상으로 한 도매상이 많은 만큼 공중보행로를 조성해도 접근성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진양상가 3층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지광식 씨는 “보행로 반대 주장은 다른 층 상인들의 피해의식에서 나온 것 같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1967∼1972년 준공된 노후 건물에 거액의 예산을 들여 공중보행로를 조성하는 것 자체가 세금 낭비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양상가 인근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박진우 씨(29)는 “보행로를 조성해도 인근 환경이 낙후된 건 변치 않는 사실”이라며 “1000억 원이라는 세금을 투입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의 세운지구 재정비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오세훈 시장은 재임 1기 시절인 2007년 세운지구 일대 상가를 전면 철거하고 공원을 꾸미는 ‘세운 녹지축 조성 사업’을 계획했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보존으로 방향을 틀었고 공중보행로 조성을 발표했다.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 시장은 올 4월 일대 상가를 모두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하는 한편 공중보행로 역시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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