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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인사비서관 부인 1호기 동승, 公私 구분이 이리 흐릿해서야

입력 2022-07-07 00:00업데이트 2022-07-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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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 첫 순방을 기록한 공군1호기. 윤대통령 부부가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2022.6.3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방문 때 민간인 신분인 대통령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동행한 사실이 그제 밝혀졌다. 신 씨는 사전답사단의 일원으로 닷새 먼저 출국한 뒤 대통령전용기인 1호기를 대통령 부부와 함께 타고 귀국했다.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민간인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이례적으로 관여한 것에 대해 야당은 “국기 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11년 동안 해외에서 유학하고, 국제 교류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일을 주로 해 저희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사적 인연이 아닌 신 씨의 전문성을 활용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호 기밀 사항이 포함된 해외 일정은 의전비서관실이나 외교부가 맡는 게 원칙이다.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최고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 대통령실은 “신 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을 통해 그 의중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라면 앞으로도 국제 행사의 기획 업무를 맡길 건가.

대통령실은 “인사비서관의 부인이어서 이해충돌 등 여러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신 씨가 무보수 봉사를 자청했다”면서 “민간인 자원봉사자도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순방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위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적정 비용을 지불해야지 무료 지원을 받는 건 정상이 아닐뿐더러 법 위반 소지도 있다.

대통령이 아는 사람, 편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게 처음이 아니라서 더 문제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지인과 동행해 논란이 일자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래된 친구”라며 감쌌다. 검사 시절 근무한 연이 있는 지인을 중용해 ‘검찰공화국’ 논란도 자초했다. 고위 공직자 발탁을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은 공정의 상징 같은 자리다. 이런 참모의 부인이 대통령 지인이라면 더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공사(公私) 구분이 이래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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