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NG공장 화재에 유럽 가스값 2배 뛰어…‘E플레이션’ 공포 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6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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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크게 줄인 가운데 지난달 미국에서 LNG(액화천연가스)시설 화재사고까지 겹치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외신들은 유럽 각국이 공급선이 한정돼있고 수송과정이 까다로운 천연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해와 에너지난과 물가 상승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스값 상승의 여파는 유럽을 넘어 아시아의 신흥국들에까지 미치며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부채질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유럽 천연가스 가격 한달새 두배로


유럽에서는 최근 한 달 동안 천연가스 가격이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지난달 8일 미국의 LNG 수출기업인 프리포트 LNG의 텍사스 액화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안 그래도 부족한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드면서 가격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 국제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국제기준으로 활용되는 네덜란드 TTF 가스 가격은 사고 발생 직전인 지난달 7일 메가와트시(MWh)당 79.6유로(10만6800원)였다. 하지만 정확히 4주가 지난 이달 5일에는 168.7(22만6300원)유로로 곱절이 됐다.

프리포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40여분 만에 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시장 분석 기업인 보텍사에 따르면 프리포트가 미국 LNG 수출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정도였다. 하지만 여파는 컸다. 블룸버그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터미널에서 난 작은 폭발이 그토록 큰 영향력을 미친 이유는, 천연가스라는 자원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탄이나 석유와 달리, 천연가스는 유조선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하기 위해서 반드시 액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수출입 과정이 훨씬 까다롭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청정에너지’ 전환 바람이 불며 유럽 각국들은 석탄이나 석유, 원자력 대신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여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LNG를 수입한 나라는 44개국인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만 거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 각국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이 줄어들고 공급 루트를 다양화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면서 가격 변동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유럽의 천연가스 주 공급원 중 하나였던 미국 프리포트 시설에 화재가 난 것이 최근 가격을 끌어올린 핵심 변수가 됐다고 CNN비즈니스는 분석했다. 유럽에서 가스값이 급등한 기간동안 미국에서는 국내 재고물량이 쌓이면서 LNG가격이 40% 이상 떨어졌다.

● ‘가스 쟁탈전’에 밀려나는 신흥국들


네덜란드 TTF 가스 가격은 최근 1년 사이에 5배 이상 급등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점점 뛰면서 유럽에서는 ‘겨울철 에너지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특히 높았던 독일에서 에너지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독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60% 감축했다. 독일에서는 “가스 공급난이 지속되면 리먼 브러더스 붕괴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G7국가들은 지난주 정상회의에서 수출시설과 파이프라인, 가스탱커 등 가스공급과 관련한 공공투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유럽이 아무리 노력해도 LNG 수입량은 2026년까지 수요의 40%만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에서 가스 확보 쟁탈전이 심해질수록 신흥 경제국들은 LNG 경쟁에서 더욱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LNG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한 파키스탄은 무더운 여름 내내 정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요 도시의 쇼핑몰과 공장이 조기 폐쇄 명령을 받았고, 정부 공무원들도 근무 시간을 줄였다고 전했다. 태국과 인도, 중국은 LNG 수입량을 줄이고 있으며, 미얀마는 지난해 말부터 LNG 수입을 전량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관련 연구기관인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LLC의 케빈 북 전무이사는 블룸버그에 “가스의 중요성은 이제 과거 석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진다”라며 “안정적이고 다양한 공급 루트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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