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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겸손하지만 연구엔 엄격” “중학생땐 소설 써”

입력 2022-07-06 03:00업데이트 2022-07-0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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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노벨상’ 한국계 첫 수상]
지인들이 말하는 허준이 교수
허준이 교수(오른쪽)가 둘째 아들과 마주 보며 놀아주는 장면. 허 교수는 둘째가 이제 겨우 걷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저녁 먹고 같이 잠드는 반복 과정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고 했다. 국제수학연맹 유튜브 화면 캡처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지인들이 기억하는 허 교수는 글을 잘 쓰고 겸손하고 따뜻하면서도 집중력과 재능은 최고 수준인 보기 드문 수학자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함께 박사과정을 밟은 김재훈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허 교수는 음식 주문시간도 아까워 손님 없는 식당을 찾는 ‘지식 흡입가’다. 김 교수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일리노이대 수학과 건물인 알트겔드홀 지하 컴퓨터실에는 항상 종이와 프린터 토너가 부족했다”며 “매일 수백 장씩 논문을 프린트하는 한 학생 때문이었는데 그가 바로 허준이였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렇게 인쇄한 논문을 모두 꼼꼼히 밑줄을 치며 읽고 그 종이에 본인의 생각을 적어 뒀다고 한다. 글씨체도 화려했다.

김 교수는 “한번은 포커를 치는데 허 교수 본인의 패가 나빠 먼저 죽고는 남은 사람이 베팅하는 시간 동안 가방에서 논문을 꺼내 읽었다”며 “물건을 사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까워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 무조건 제일 비싼 물건을 사는 등 본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전혀 가치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허 교수가 서울대 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허 교수는 연구도 뛰어나지만 완벽한 강연과 수려한 글쓰기까지 갖춘 보기 드문 수학자”라며 “겸손하고 따뜻해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이끌어내는 한편 자신의 연구에는 한없이 엄격해 모든 게 철저히 확인되기 전까지 밤잠을 설치는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박준택 씨를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한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 씨는 허 교수에 대해 “준이는 중학생이 하룻밤 사이 썼다고 믿을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발표했다”며 “준이가 당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서울 방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수중학교를 다니던 허 교수는 예술에 빠져들었다. 시와 소설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

박 씨는 “뒷산에 올라 세계를 관찰하다 내려와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전날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헬싱키=김미래 동아사이언스 기자 futurekim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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