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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하갈의 눈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0〉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입력 2022-07-06 03:00업데이트 2022-07-06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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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에 나오는 하갈의 이야기는 슬프다. 그녀는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종이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라에게 등을 떠밀려 아이를 낳아야 했고, 사라가 나중에 아이를 낳자 결국에는 사막으로 쫓겨났다.

이승우 작가의 소설 ‘하갈의 노래’는 그러한 슬픈 사연을 형상화한다. 소설은 역사에서 중심인 적이 없던 하위층 여성을 중심에 놓고, 어린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사막에 버려진 여성의 심리를 묘사한다. 그녀는 세상이 원망스럽다. 아이를 낳아 달라고 애원하더니 이제는 자기 아들이 생겼다고 위세를 떤 사라, 사라의 말만 듣고 그녀는 물론이고 어린 아들까지 쫓아낸 아브라함, 임신 중에 사라의 질투를 견디지 못해 사막으로 도망갔을 때 그녀의 발길을 돌려세운 신. 모두 원망스럽다. 그러나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랴. 지금은 죽게 생겼다. 아브라함이 준 한 덩어리의 빵과 물은 떨어진 지 오래다. 아들은 이미 쓰러졌다. 그녀는 미친 듯이 물을 찾아다니며 신에게 기도한다.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자비심이 있다면, 나는 죽이고 내 아들은 살려주십시오.” 그녀의 간절함이 신을 움직였다. 우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소설은 신의 사랑을 확인하며 여기에서 끝난다.

하갈의 이야기가 어떻게 후대에 전승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슬람권으로 가야 한다. 하갈이 물을 찾아 헤맨 곳은 메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파와 마르와라는 두 언덕 사이의 골짜기였다. 쿠란에 “하느님의 징표”라고 언급된 바로 그 골짜기다. 그녀는 물을 찾아 그 골짜기를 일곱 번이나 돌았다. 그래서 이슬람들은 그들의 어머니 하갈이 그랬던 것처럼 그 골짜기를 일곱 번 도는, ‘사이’라 불리는 의식을 행하며 그녀의 울음과 신의 사랑을 기억한다. 그들의 예언자 마호메트도 생전에 그 골짜기를 돌았다.

누구라도 사막을 헤매며 울부짖는 하갈의 처연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동해, 없던 물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 모른다. 어쩌면 그게 신의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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