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폭죽 소리 인줄”…총성에도 박수친 참사 현장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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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5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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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독립기념일 총기난사 현장, 휴대폰 영상에 고스란히…
용의자는 지역 유지의 래퍼 아들


미국 독립기념일 축제장에서 총기난사로 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사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리는 목격자들의 제보 영상이 이어지고 있다.

총기 난사는 현지시각으로 4일 오전 10시 15분경 일리노이주 시카고 북부 하이랜드파크시에서 일어났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20여분 만에 한 상가 건물 옥상에서 관람객들을 향한 무차별 총격이 시작된 것.

이날 평화롭게 퍼레이드를 즐기던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사건 초반 위급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야 놀라 달아나는 모습이 현장에서 촬영된 휴대전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에 공개된 한 영상을 보면 악기를 연주하며 행진하던 퍼레이드 행렬이 갑자기 뛰자 관람객들은 공연의 일부인 줄 알고 더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그러나 이내 위급상황임을 깨닫고 뿔뿔이 흩어졌다. 현장은 곧바로 비명과 함께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보스턴에서 아내와 세 명의 자녀를 데리고 하이랜드파크를 방문한 숀 코트로(47) 가족은 부근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코트로는 뉴욕타임스(NYT)에 “아내가 윗쪽을 보더니 ‘일어나! 뛰어!’라고 소리쳤다”며 “고개를 돌리니 총격범이 보였다”고 전했다.

퍼레이드 행렬이 달리자 위급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한 시민이 환호하며 박수치고 있다. (출처=라이브릭)
퍼레이드 행렬이 달리자 위급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한 시민이 환호하며 박수치고 있다. (출처=라이브릭)
범인의 얼굴을 6~7m 떨어진 거리에서 직접 목격했다는 코트로는 “범인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커다란 총을 들고 있었다. 그는 총을 쏘고 있었고 총알이 눈 앞의 나무에 박히는 것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코트로 가족은 전력으로 길 모퉁이를 돌아 건물 벽에 몸을 숨겼다. 코트로는 “우리가 몸을 숨긴 뒤에도 계속 총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시민 카를로스 라미레스도 “사람들이 처음에 총 소리를 폭죽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논란 시민들은 현장에서 이탈하기 위해 급하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위급상황을 인지한 시민들이 자리를 박차며 일어나고 있다. (출처=라이브릭)
뒤늦게 위급상황을 인지한 시민들이 자리를 박차며 일어나고 있다. (출처=라이브릭)
행진로 인근 식료품점에서 일하던 디에고 로사스는 “30발이 넘는 총소리가 들렸다”며 “놀란 시민들이 내가 일하는 식료품점으로 달려와 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지역 방송에 “거리는 우는 아이들과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는 일행과 차 밑으로 숨었고 남편에게 전화했다. 남편이 차량을 몰고 와 급하게 차 안으로 뛰어 들었다”고 떠올렸다. 또 다른 시민은 “내가 목격한 것은 끔찍한 장면 뿐이다. 한 여성이 피 투성이로 쓰러져 있었고 아이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전했다.


총격범은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크리모로, 범행에 사용한 소총을 옥상에 버려두고 도주했다가 약 7시간 만에 차량 검문소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16년 고등학생 때부터 ‘어웨이크 더 래퍼’라는 이름으로 음악활동을 했던 크리모는 뮤직비디오 등에 대량살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등을 사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셜미디어(SNS)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행사에 참여한 영상을 올렸고, 1987년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자회견장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버드 드와이어 공화당 상원의원 영상을 올리며 “정치인은 이렇게 연설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2019년 하이랜드파크 시장에 출마했다가 낙마했던 인물로 파악됐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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