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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장택동]‘당정대’와 ‘당정’

입력 2022-07-05 03:00업데이트 2022-07-1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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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취재진과 다양한 문답을 주고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독 말을 아끼는 분야가 있다. 국민의힘 당내 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대통령은 국가의 대통령이지 무슨 당의 수장도 아니고” “당무에 대해선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입을 닫는다. 당내에서 벌어지는 ‘윤심(尹心)’ 논란을 피하고 싶다는 취지일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여당에서는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라는 명칭에서 ‘대’를 빼달라고 부탁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출입 기자단에 당에서 보낸 단체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올바른 용어는 ‘당정대’가 아닌 ‘당정’ 협의회이므로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에는 총리실에서 한덕수 총리의 일정을 소개하면서 “‘당정’으로 사용해 주시기 바란다(당정대X)”라고 썼다. 한 총리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하는 6일 회의의 명칭을 놓고 당과 정부가 언론에 잇달아 ‘협조 요청’을 한 것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당정협의’는 1963년 12월 민주공화당 김종필 당의장이 박정희 대통령 겸 총재에게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당정협조에 관한 처리지침’이라는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당정협의가 공식화됐다. 현재는 ‘당정협의업무 운영규정’이라는 총리령에 따라 행정 각부의 장이 법률안이나 예산안 등과 관련해 여당과 협의를 하고 있다. 지금도 특정 현안을 놓고 정부 부처와 여당이 만나는 회의는 당정협의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당정청’ 또는 ‘당정대’가 갑자기 나온 표현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2001년경부터 ‘당정청’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그 전까지는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하면서 청와대 정부 여당이 사실상 한 몸이었지만, 여당의 내분으로 당정청이 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11인회’, 이명박 정부에서는 ‘9인 모임’ 등 당정청 수뇌부 모임이 진행됐고 문재인 정부까지 당정청 회의가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지난달 안보점검 회의를 열면서 ‘당정대 협의회’라고 불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대통령실 이름을 새로 짓겠다면서 위원회를 만들고 공모를 진행했다. 하지만 5개의 후보를 정해 온라인 선호도를 조사하고 심의를 진행한 끝에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을 그냥 쓰기로 했다. 당과 정부 간의 회의 명칭도 마찬가지다. 인위적으로 이름을 정할 것이 아니라 참석자와 의제의 성격 등에 따라 ‘당정협의’든, ‘당정대 회의’든 자연스럽게 쓰면 된다. 대통령실이 당과 정부에 간섭하거나 개입하는 것을 줄이면 명칭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할 일도 없을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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