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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언젠가 패랭이에 감춘 긴 머리 풀고 비키니 입고 줄 타는 어름사니가 꿈”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4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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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여성 어름사니’ 서주향
6일 개막 전통연희축제서 공연
“초교 2년때 시작… 휴일-명절 없는 삶
줄타기를 생각하면 ‘애증’ 떠올라”
허공에 매달린 팽팽한 외줄 위에서 잰걸음으로 걷고 달리고 공중회전까지 하는 줄타기는 남사당 기예(技藝) 중 으뜸으로 친다. 공중에서 부리는 재주가 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다고 해서 붙인 ‘어름’에 인간과 신의 중간을 뜻하는 ‘사니’를 더한 말인 ‘어름사니’는 줄타기꾼을 일컫는 남사당 용어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주향(30·사진)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유일한 ‘여성 어름사니’. 경기 안성시립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단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전수장학생인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만났다. 그는 “왼쪽 엉덩이로만 줄을 탔는데 최근 무형문화재 전수장학생이 된 후 김대균(국가무형문화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 선생님께 오른쪽 엉덩이로 줄 타는 법도 배우고 있다”며 “배울 기술이 한참 남았다”고 했다.

6∼10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2022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에서 그는 동두천이담농악보존회와 함께 여러 줄타기를 선보인다. 난도가 가장 높은 ‘양발 끝으로 코차기’도 한다. 영화 ‘왕의 남자’(2005년) 마지막 장면에서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이 보여준 기술이다.

“20년 넘게 줄을 탔지만 40개가 넘는 기술 중 할 수 있는 건 15개 정도예요. 백텀블링(뒤로 하는 공중회전)도 하고 싶어서 최근 애크러배틱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안성 남사당 보존회에서 일하던 이웃 할아버지의 권유로 줄타기를 시작했다. 이후 평범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 휴일과 명절도 없었고, 오전에 시작한 연습은 새벽 1시를 넘길 때가 많았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연습실로 향했어요. 친구들과 떡볶이 먹는 게 소원이었죠.(웃음) 하지만 귀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집이 어려웠는데 조금이나마 돈을 벌어 보탰고 해외 공연도 많이 나갔죠. 줄타기를 생각하면 ‘애증’이란 단어가 떠오르네요.”

남사당패는 원래 남자로만 이루어진 연희집단이다. 그는 조선 후기 최초의 여성 꼭두쇠(남사당패 우두머리)였던 ‘바우덕이’의 이름을 딴 풍물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남사당처럼 바지를 입고 패랭이를 쓴 채 줄을 탄다. 최근 새 목표가 생겼다.

“여성 댄스팀 ‘프라우드먼’을 보며 ‘여성 어름사니’라는 걸 드러내고 싶어졌어요. 언젠가는 패랭이 안에 감춘 긴 머리는 풀고 비키니 같은 의상을 입은 채 줄을 타는 게 꿈입니다.” 9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연희마당, 무료.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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