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을 알면 필드에서 웃을 수 있다[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7월 2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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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에 담긴 과학의 세계
거리 더 나는 코오롱 ‘아토맥스’ 주말 골퍼 사이 화제

[사진 제공 · 박태성 작가]
[사진 제공 · 박태성 작가]
 “확실히 많이 구른다. 곤지암 레이크 2번 홀 390m 파4. 가볍게 2온 버디.”

구자철(67)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코오롱이 공개한 골프공 ‘아토맥스’를 처음 사용하고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다. 구 회장은 올해 67타를 쳐 에이지 슈터가 된 골프 고수. 중부권 한 골프장의 회장은 아토맥스 시타 후 “정타는 5m 이상 비거리가 늘더라. 퍼팅할 때도 기존 사용구보다 잘 굴러가 신중한 스트로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직 정식 시판도 되기 전이지만 골퍼 사이에 아토맥스에 대한 입소문이 돌고 있다. 남녀노소, 프로와 아마추어를 떠나 골프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거리가 주요 관심사다. 근력이 떨어져 비거리 갈증에 허덕이는 시니어 골퍼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뉴스인지도 모르겠다. 아토맥스는 코오롱이 자체 개발한 합금 신소재 ‘아토메탈’이 적용돼 드라이버로 치면 기존 골프공보다 평균 13~18m 비거리 증대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오롱은 6월 14일 아토맥스 탄생을 세상에 알리며 세계 최장 비거리 인증식까지 열었다. 세계기록위원회(WRC)는 아토맥스를 동일 조건에서 가장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으로 인증했다. 앞서 코오롱과 한국기록원은 아토맥스와 다른 업체 골프공 13개를 비거리, 탄도, 궤적, 볼 초속, 스핀양 부분에서 비교하는 테스트를 했다. 스윙 로봇이 측정한 결과 아토맥스의 캐리(날아간 거리)는 평균 270~280야드를 기록해 다른 골프공(평균 250~260야드)을 압도했다고 한다. 아토맥스는 3피스 골프공으로, 비정질합금인 아토메탈을 분말 형태로 제작해 골프공의 커버와 코어 사이 맨틀층에 혼합했다.

인증식 자리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3년 7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아토맥스는 이 명예회장의 아이디어로 개발이 시작됐다고 한다. 신소재 아토메탈의 탄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에 골프공 제작을 제안했다는 것. 이 명예회장은 40년 넘는 구력에 골프 핸디캡은 싱글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은 인증식에 등장한 대형 아토맥스 골프공에 ‘Pay 4 gain(성취를 원한다면 구매하라)’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더 긴 비거리를 원한다면 사라는 의미를 담았다.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스페셜 에디션을 판매 중인 이 제품의 가격은 12개들이 한 상자에 25만 원이다. 골프공 하나가 2만 원을 웃도는 셈이다. 과거 1개에 7000원가량 하는 골프공을 잃어버리면 통닭 한 마리가 날아갔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아토맥스 1개는 고급 치킨 한 마리라고 해야 할까. 초고가에도 스페셜 에디션 2000박스(1박스 12개들이)가 날개 돋친 듯 모두 팔렸다.

세계 최장 비거리 인증식 연 아토맥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골프공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 제공 · 박태성 작가]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골프공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 제공 · 박태성 작가]
신세계 노브랜드는 올봄 24개입 골프공(투피스) 한 상자를 1만8000만 원에 내놓았다. 아토맥스 1개 가격도 안 된다. 투피스 공은 스리피스나 포피스 공에 비해 반발력이 뛰어나 거리가 많이 나지만 부드러운 타구감과 스핀 컨트롤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한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라운드 도중 분실구를 찾는 데는 최대 3분까지만 허용된다. 아토맥스가 숲이나 계곡으로 사라졌다면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오롱은 6월 26일 막 내린 한국오픈 골프대회 메인 스폰서였다. 이 대회에서는 아토맥스를 쓸 수 없었다. 비공인 골프공이라 만약 출전 선수가 사용했다면 실격 처리된다. 공식 대회가 아닌 경우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골프를 관장하며 각종 규칙을 제정, 적용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골프 용품에 대해서도 다양한 규칙을 마련했다. 골프공도 예외는 아니다. 골프공 무게는 1.620온스(약 45.93g) 이하, 지름은 1.680인치(약 42.67㎜) 이상이어야 한다.

딤플의 과학으로 불리는 골프공


골프공 12개들이 한 상자가 25만 원의 고가임에도 스페셜 에디션 2000박스가 모두 완판된 아토맥스.[사진 제공 · 코오롱]
골프공 12개들이 한 상자가 25만 원의 고가임에도 스페셜 에디션 2000박스가 모두 완판된 아토맥스.[사진 제공 · 코오롱]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골프공은 USGA나 R&A가 승인한 기구로 테스트하게 되는데 샷 거리는 날아간 거리와 굴러간 거리를 합해 측정하며 정해진 거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 작고 무거운 공일수록 저항을 덜 받고 더 멀리 날아가므로 무게와 크기를 제한한다.

골프공 성능은 기압, 온도, 바람 등 외부 요인이 배제된 실내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측정한다. 그래야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서다. 측정은 골프공을 정해진 속도로 쏘고 반대편 벽을 맞고 튀어나오는 속도를 따지는 방식으로 하는데, 초기 속도가 초당 230피트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비거리는 런을 포함해 317야드 이하(허용 오차는 ±3야드)로 규정했다.

골프공을 딤플(분화구 형태의 홈)의 과학이라고도 한다. 매끄러운 표면보다 홈이 파인 표면의 공이 더 멀리 날아가는 공기 역학 기술을 담았다. 딤플은 공의 방향을 변하게 할 수도 있으며, 공기 속도를 변화시켜 공이 상승하게 하는 양력을 만들기도 한다. 공 1개에 350~400개 딤플이 들어간다.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골프공의 코어가 엔진이라면, 딤플은 비행기의 날개라고 할 수 있다”며 “어떤 방향에서 치더라도 골프공의 일관된 비행을 위해선 골프공의 대칭축을 포함한 딤플 배치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골프공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이신 골프 해설위원은 “골프공을 선택할 때는 타구감과 함께 딤플 크기가 부담 없어야 한다. 딤플이 크면 공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 “비거리가 부족한 여성 골퍼라면 46g보다 가벼운 공을 써봐도 좋다”고 덧붙였다.

시선을 끄는 컬러 볼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때 아마추어 골퍼의 전유물 정도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남녀 프로골프대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스릭슨 ‘반반 볼’ Z-스타 디바이드는 대비되는 두 가지 색을 정렬선으로 활용 가능하며,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이나 퍼팅할 때 공이 어떻게 회전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녀 스코어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업체 직원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완판 행진’이라고 한다.

골프공은 유효기간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상온에서 적절히 보관하면 수년간 성능 차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탄성과 압축성(컴프레션)이 줄어 성능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골프공은 습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내부와 같이 온도차가 심하거나 직사광선에 노출된 곳에 보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로스트볼의 경우 새 골프공에 비해 스핀량은 22.3% 감소하며 비거리는 14.4% 손해를 본다고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던가. 골프는 자신과 싸움이라지만 나를 알고 공을 알면 필드에서 웃을 수 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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