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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건희컬렉션 덕분에 미술관 시설이 좋아졌다?[영감 한 스푼]

입력 2022-07-02 11:00업데이트 2022-07-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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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이건희컬렉션이 하반기에 지역 순회전을 시작합니다. 10월부터 진행되는 순회전은 하나의 전시가 전국을 도는 게 아니라, 세 곳에서 동시다발로 열리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지역미술관들이 준비하고 있는 모습들이 무엇이 살펴보겠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1991년부터 제기됐던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 위작 논란입니다. 이 논란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화가 본인은 아니라는데, 세상이 그녀의 작품이 맞다고 하는 기묘한 상황. 어떻게 된 일인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건희컬렉션 순회전 앞두고 분주한 지역미술관들

10월부터 시작되는 이건희컬렉션 순회전을 앞두고 지역미술관들이 분주합니다. 시작은 광주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입니다. 이중 광주시립미술관과 경남도립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잘 전시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시와 도로부터 예산을 따냈고, 오랜 바람이었던 전시실 내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어가고 있다네요.

끝나지 않은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

지난 6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에는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과거 미인도 감정위원이었던 최광진 미술평론가가 증인으로 출석해 “담당 검사가 ‘이거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말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했다는 주장입니다.



● 3개로 쪼개어 진행되는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전
지난해 미술계의 단연 핫이슈였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지역으로 내려갑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됐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가 약 1년간 진행되다 올해 6월 막을 내렸죠.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건희컬렉션 150점을 3개 세트로 나눠 10월부터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동시에 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 전시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건가요?

연초 계획은 순회전 :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 8월 28일 폐막하면 지역미술관을 돌며 전시를 하려던 것이었죠. 그러나 제약이 있었습니다. 지역간 유치 순서를 두고 경쟁이 치열했고, 같은 작품이 장시간 외부에 노출되면 보존 차원에서 우려되는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이에 미술관은 작품을 약 50점씩 나누어 3곳에서 동시에 전시를 진행하도록 한 거지요.

각 전시의 작품 수준 : 각 전시에 출품될 작품 수준은 비슷하게 안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중섭에게도 여러 작품이 있으니 한 곳에는 A 작품, 다른 곳에는 B 작품, 또 다른 곳에는 C 작품을 전시하는 식이죠. 관람객은 다른 미술관에 갈 때마다 전혀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작가 라인업 : 작가군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에 나온 대표 작가들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각각 배정된 50여 점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때 나왔던 작품 중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때 나온 작품 중 일부가 있을 수 있으며, 아직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도 출품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시 볼륨 키울 방안 고려중 : 미술관별 50여 점이 적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 지역미술관들은 이건희컬렉션 기증처였던 지역미술관들에 작품 대여 가능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전시 볼륨을 키울 방안을 고려 중인 거지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제외한 기증처는 총 5곳이었습니다. 광주시립미술관(30점), 전남도립미술관(21점), 대구미술관(21점), 이중섭미술관(12점), 박수근미술관(18점)입니다. 5곳에서 대여 가능한 총 작품 수가 30점이라면, 부산시립·경남도립·광주시립미술관이 각각 10점씩을 보태어 전시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죠. 이렇게 꾸려진 3개의 특별전은 3년간 총 10개 기관에 전국 순회할 예정이고요.

이건희컬렉션이 부른 부대효과

전시실 내 항온·항습 시설 구축 : 재미있는 점은 지역 미술관들이 이건희컬렉션을 근거 삼아 오랜 숙원들을 해결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광주시립미술관과 경남도립미술관은 전시실 내 항온, 항습 시설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광주시립미술관 :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는 옛 재료로 그려져 파손 가능성이 큰 근대미술품이 많습니다. 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의 우수 작품들을 전시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2개 층 전시실 개선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시로부터 예산 8억을 따내 7월부터 시설 보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스크린도어 유리문을 설치해 전시장 내 온습도 조절을 돕겠다고도 하네요!

경남도립미술관 : 경남도립미술관 또한 지난해 2개 전시실의 항온·항습 시설 개선을 도에 요청했고, 지난해 5억 남짓의 예산을 확보해 현재 보수중입니다. 김종원 경남도립미술관장은 “미술관 개관이래 19년 내내 전시실 항온·항습 시설 개선 문제는 꾸준히 요구해왔던 사안이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희컬렉션이라는 사건을 모멘텀 삼으니 상대적으로 쉽게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왜 필요한 건가요? : 단적인 예로 해외 미술관에서 그림을 빌려올 때, 암묵적인 기본 대여 조건이 전시실 내 항온·항습이라고 합니다. 유화나 드로잉의 경우 온·습도가 잘 맞추어지지 않으면 종이가 뒤틀리거나 물감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에는 이제껏 가습기와 제습기를 단기 임대해 전시 기간에 설치하곤 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기회로 2개층 전시실을 개선하고, 보수하지 않은 전시실에서는 상대적으로 항온·항습에 덜 민감한 설치 작품 등을 주로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끝나지 않은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
1991년부터 제기됐던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여전히 불거지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천 화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3월부터 재판이 진행된 거죠. 6월 24일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는 ‘검찰이 진품이라는 특정 결론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는데요. 이 지난한 이야기를 쭉 짚어봅시다.

고 천경자 화백 작품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이 소개한 그림 ‘미인도’


1991년 시작된 위작 논란 역사

▲이 사건은 역사가 깁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국가가 압류한 미술품 가운데 천 화백의 미인도가 있었습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최종 이관되었습니다. 1990년 미술관 측은 기획전시를 열면서 미인도를 아트포스터 형태로 제작해 판매했죠.

▲천 화백은 전시가 끝난 이듬해 지인이 대중목욕탕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알려줘 우연히 ‘미인도’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이후 천 화백은 “재료와 채색기법 등이 내 작품과 다르다”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의뢰해 진행한 세 차례의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2015년 12월에는 천 화백 유족 측의 의뢰를 받은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가 첨단 기법을 통해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감정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2016년 12월, 검찰은 대검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소·KAIST를 통해 다시 “진품이 맞다”고 결론을 뒤엎습니다. 유족 측이 미술관 측 인사들을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모두 불기소 처분했고요.

검사가 진품 결론 회유했다는 증언

▲이번 재판의 시작은 2016년 검찰 수사 이후 3년이 지난 201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천 화백의 딸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가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어머니의 작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겁니다.

▲6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에서는 증인 신문이 있었습니다. 증인은 2016년 검찰 수사 당시 검찰이 선정한 감정위원 중 한 명이었던 최광진 미술평론가였죠. 최 평론가는 “담당 검사가 전화를 걸어 ‘이거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말했다”고 이날 법정에서 진술했습니다. 검찰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요구했다는 취지지요.

▲당시 최 평론가는 담당 검사의 전화 연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자 2차 감정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이 자신에게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장시간 설명했다고 하죠. 최 평론가는 “당시 끝장토론을 하자고 해서 ‘비밀로 하라’며 진품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담당 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평론가의 증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답했고요. 다음 재판은 7월 22일입니다. 작품의 유통경로에 관한 내용이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소식들 계속 전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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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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