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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김용석]기업을 낮춰보는 문화에선 규제혁신 요원하다

입력 2022-07-02 03:00업데이트 2022-07-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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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은 성과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
문화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 변화 어려워
김용석 산업1부장
과도한 규제가 민간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출범 직후부터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규제 공화국’ 오명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제개혁은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를 한 달에 두 번 주말에 강제로 쉬게 하는 영업제한 규제 10년째를 맞아 대한상공회의소가 설문조사를 해봤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사람은 16.2%에 그쳤다. 소비자들은 전통시장 경쟁 상대는 인근 다른 전통시장(32.1%)이라고 생각했다. 절반 가까이(48.5%)는 영업제한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고, 10명 중 7명(67.8%)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10년 전에도 같은 이유로 반대 여론이 많았지만 소용없었다. 애먼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고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 규제가 10년째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발을 동동 구르는 건 기업인들뿐이다. 민간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규제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고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규제를 만들거나 바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요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도 여전하다. 지난달 2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서 기업들에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한 기업인은 “말이 나오는 순간 ‘이건 문제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일부 대기업이나 IT기업의 과도한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까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만 말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선을 넘었다”고 했다. 다른 기업인은 “툭하면 기업에 채용이나 투자 관련 숙제를 내는 것처럼 기업에 요구하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평소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선 단순히 임금 인상을 막을 일이 아니라 직무급·성과급으로의 전환, 임금피크제 안착 등 전반적인 임금 유연화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대증 처방식 요청으로 노사 간, 세대 간 갈등만 자극한 것은 수술 환자를 앞에 두고 손쉽게 약을 발라 해결하려다가 상처만 덧나게 한 셈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업들을 들러리 세우는 모습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정부가 민간주도 성장을 표방하자 주요 그룹들이 수십, 수백조 원대 투자 및 채용 계획을 줄줄이 발표하는 모습이 개운치 않다는 말이 일부에서 나왔다. 기업들 사이에선 윤석열 대통령 첫 방미 시점에 맞춰 가져갈 투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솔솔 흘러나온다.

기업인들은 그래도 윤석열 정부에선 기업을 적대시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일이 지난 정권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기업인을 위원장으로 기용하고 실질적인 정책수립 권한을 주는 방안에도 기대가 크다. 그러나 그마저도 자칫 보여주기식 감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방법을 전한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인사의 제안이다. “민관합동위원회 민간 측 위원장 업무공간을 용산 대통령집무실과 같은 층에 배치해야 해요. 위원회 회의 때 대통령이 참석해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정권의 민간주도 성장도 결국 보여주기에 그쳤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김용석 산업1부장 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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