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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시민도 경찰도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는 자치경찰제 1년

입력 2022-07-02 00:00업데이트 2022-07-02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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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지방 분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자치경찰제가 어제로 시행 1년이 지났다. 전체 경찰 인력의 절반 정도인 자치 경찰로 인해 국가 경찰의 권한이 분산되고, 주민들은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도입 당시 있었다. 하지만 시민 절반 이상이 자치경찰제를 모른다는 설문조사가 있을 정도로 제도 정착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치경찰제는 교통과 생활안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국가 경찰로부터 분리된 자치 경찰에 맡기는 것이다. 17개 광역단체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자치 경찰이 해당 지역의 치안 업무를 담당한다. 이렇게 되면 경비와 대테러 등 국가 경찰의 고유 업무는 경찰청이, 범죄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가 각각 분담하면서 경찰의 권한이 세 갈래로 쪼개진다.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공룡 경찰’의 권한 남용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올 9월 경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더 확대되는 검수완박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자치경찰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자치 경찰에는 인사권과 예산권이 없다. 자치 경찰 업무를 맡게 된 경찰은 국가 공무원 신분으로, 시도단체장이 아닌 경찰청의 눈치를 더 봐야 하기 때문에 ‘무늬만 자치 경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시도 경찰관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2%가 ‘이중보고 및 행정력 낭비’를 자치경찰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자치 경찰과 국가 경찰의 업무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인 셈이다.

70년 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선진국과 달리 한국엔 자치 경찰이 없어 경찰의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보됐다. 자치 경찰 분리를 전제 조건으로 국가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논의도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을 완전히 이원화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경찰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자치경찰제가 성공해야 치안 서비스의 품질도 높이고, 경찰 권한의 비대화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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