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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선택적 함구증의 상처, 타인을 세심하게 이해하는 밑거름 돼”

입력 2022-07-01 03:00업데이트 2022-07-0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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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고 싶은…’쓴 윤여진-여주 씨
특정상황서 말 못하던 쌍둥이 자매, 말 못해 외롭고 괴로웠던 기억 꺼내
의료인으로 일하며 환자 잘 보살펴 “상처, 내 일부로 인정하는 게 치유”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 윤여진 씨(왼쪽)와 여주 씨. 두 사람은 ‘얼굴, 표정, 몸동작까지 모든 게 부자연스러웠던 아이’라고 자신들의 유년 시절을 회고했다. 윤여진 씨 제공
‘착실하고 내성적인 쌍둥이.’

공부는 곧잘 했지만 친구들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표현조차 못 했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 윤여진, 윤여주 씨(39)에게 붙었던 별명이다. 부모님은 자폐증을 우려했지만 집에선 수다쟁이가 되는 걸 보고 걱정을 거뒀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너 벙어리야?”라고 물었다. 두 사람은 성인이 되고서야 알았다. 자신들이 특정 상황에서 말을 못 하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6월 27일 출간된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수오서재)에서 두 사람은 말 못 해 외롭고 괴로웠던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꺼냈다. ‘자유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말할 수 있는 날’을 갈망했던 두 사람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 됐다. 언니 여진 씨는 한의사, 동생 여주 씨는 치과의사다. 29일 화상으로 만난 두 사람은 “말은 못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친구들의 이런 양가감정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둘은 5세 무렵부터 말을 하는 게 힘들었다. 여진 씨는 초등학교 6학년, 여주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다. 학교 후문은 근처에 있던 분식집 때문에 늘 아이들이 북적거려 정문으로 등하교했고, 교과서 문장을 소리 내 읽어야 할 때면 숨이 막혔다.

말문이 열린 순간은 천천히 찾아왔다. 여주 씨에게는 ‘얼음 땡’ 게임이 계기였다. 여주 씨는 “(평소 말이 없던) 내가 ‘얼음!’이라고 말했지만, 친구들은 게임에 집중하느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말을 했을 때 ‘너 말할 줄 아네?’라며 신기해하면 더 얼어붙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좋았다. 타인이 내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여진 씨는 “초등학교에서는 ‘말 못 하는 아이’로 낙인이 찍혀서 더 말을 못 했다. 중학교에 간 후 환경이 바뀌면서 서서히 말문이 트였다”고 했다.

선택적 함구증은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여진 씨는 예민하고 내성적인 어린이 환자들을 더 세심하게 살핀다. 여주 씨는 표현이 서툰 첫째 아들을 “왜 말 안 해?”라고 다그치기보다 “점점 나아질 거야”라고 보듬는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누구나 있어요. 그 상처들을 들여다보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괴로운 순간을 회상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안아주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여진 씨)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그런 모습도 내 일부라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여주 씨)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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