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정거 차량에 놀라 넘어져 ‘꽈당’…대법 “운전자 책임”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6월 30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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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에서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가 급정거에 놀라 넘어져 다쳤더라도 운전자가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면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도주치상(뺑소니)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0년 4월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도로에서 트럭을 운전하다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를 건너던 B 양(당시 9세)을 친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린 A 씨가 B 양에게 괜찮냐고 묻자, B 양은 괜찮다고 답한 뒤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A 씨는 이에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B 양은 그날 부모에게 다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B 양은 병원에서 전치 2주의 무릎 상해를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A 씨가 B 양에게 상해를 입혀놓고도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으므로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판단,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은 “피해아동의 진술 만으로는 피해아동이 횡단보도안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A 씨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A 씨가 B 양을 들이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또 A 씨가 당시 급정거할 수 있을 정도로 서행했을 가능성이 있고,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재차 뒤집었다. 사고 장소 인근에서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보행자를 발견했다면 즉시 멈출 수 있도록 속도를 줄인 뒤 살피며 운전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A 씨가 횡단보도 부근에서 안전하게 서행했더라면 사고 발생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A 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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