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시위’ 등 자격시비 잘 알아… 항의한 팬들도 PS 초대하고파
먼저 움직여야 속 편한 행동파… 이숙자 코치 영입도 직접 ‘섭외’
체육관도 1등, 본의 아니게 원성

27일 대전 대덕구에 있는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 체육관에서 만난 고희진 신임 감독(42)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설렘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4월 11일 KGC인삼공사 사령탑으로 부임한 직후 고 감독은 배구 인생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 남자부에서 지난 두 시즌 연속 하위권에 그친 삼성화재 감독이었던 그를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에 일부 팬이 항의했다. 트럭 시위까지 이어졌다. 고 감독은 취임 사흘 만에 팬들을 향해 입장문을 발표해야 했다. 팬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얻은 고 감독의 철학은 한 단어로 ‘앞장’이다. 고 감독은 “감독이라고 뒤에 물러나 있는 건 내 체질에 안 맞는다. 나는 무조건 내가 앞장서야 한다. 올해도 앞장서서 우리 선수들의 파이터 기질을 일깨울 생각”이라고 했다.
고 감독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파다. ‘내가 먼저 움직이면 내 마음이 편하다’는 주의다. 동갑내기지만 일면식도 없던 이숙자 전 해설위원(42)을 코치로 데려오기 위해 발 벗고 직접 나섰던 것도 이런 기질 때문이다. 이 코치의 전화번호를 주변에 물어 직접 ‘섭외’에 나섰다. 팀에 수석코치를 두지 않은 것도 중간 단계를 두지 말고 감독과 스태프가 직접 소통하자는 취지에서다.
선수와도 직접 소통한다. 고 감독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참가 도중 부상을 당한 노란(28·리베로), 이선우(20·레프트)의 귀국 때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훈련 때도 맨 앞이다. 매일같이 가장 먼저 체육관에 출근해 팀 스태프와 청소 직원의 원성 아닌 원성을 사고 있다. 팀 최고참 선수인 한송이(38·센터)는 “훈련 때마다 감독님이 옆에서 직접 뛰고 시범도 보이다 보니 집중도가 높아졌다. 한계를 모르고 열정을 불어넣는 감독님 덕에 믿기 어렵겠지만 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 중량도 꽤 늘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다섯 시즌 동안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KGC인삼공사는 고 감독과 함께 변화를 외치고 있다. 고 감독은 “당장 선수들의 서브만 봐도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고희진은 왜 맨날 서브 타령만 하냐 싶겠지만 이번엔 제대로 고희진의 배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주 1박 2일 워크숍을 진행한 KGC인삼공사는 7월 8∼10일 여자부 4개 팀이 강원 홍천군에서 대결을 벌이는 서머매치에 출전한다. 이어 제주도 전지훈련을 통해 새 시즌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고 감독은 “노란과 이선우뿐 아니라 (VNL 일정을 소화 중인) 정호영(21·센터)의 발목 상태도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시즌 개막 때까지 백업 선수들의 실력을 키워 선수층을 두텁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